작년만 해도 많은 팀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며 “우리 커뮤니티에 참여하세요!”라고 홍보했습니다. 처음에는 만든 팀이 열심히 정보를 만들고 배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면서 꽤 활기가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나 어느새 그 방들이 조용해지고, 참여자 한두 명만 홍보를 뿌리는 채널이 되어버리는 모습,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신가요?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기대한 것은 커뮤니티에 활성화된 유저들의 의견, 제안 등 수도 없이 유저들이 쏙아내는 콘텐츠(User-Created Content)였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채널이 하나 더 생겨난 것에 그치고 말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커뮤니티의 하드웨어는 만들었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원을 짚고 넘어가자면 미디어는 Medium(중개자)입니다. 정보를 가공해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죠. 커뮤니티는 Com(공동의) + munis(책임, 신념)입니다. 미디어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구분되는 반면, 커뮤니티는 발신자와 수신자의 경계가 애초에 모호합니다.
바로 이런 차이가 커뮤니티와 단순 채널을 구분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네트워크 구조가 결정짓는 커뮤니티의 운명
진짜 커뮤니티를 위한 네트워크라면, 운영자만 발언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합니다. 각 참여자가 서로를 발견하고, 자유롭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채널 개설”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네트워크 구조를 좀 딱딱하게 들리지만 쉬운 예로 나누자면, 미디어는 우리가 흔히 빠르게 정보를 퍼뜨릴 때 쓰는 방식인 ‘star network’입니다. 운영자가 중앙에 있고, 거기서 모든 메시지를 뿌리면 다른 사람들은 주로 받기만 하는 형태죠. ‘전달력’은 좋지만, 대화가 길어지거나 참여자들끼리 교류하기엔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이 구조에서 운영자가 매일 유용한 소식을 올린다 해도, 어느 순간 사람들은 “굳이 여기서 정보를 봐야 할 이유가 있나?” 싶어집니다. 결국 방은 조용해지고, 그저 홍보나 알람용 채널로 전락해버리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짜 커뮤니티가 형성될까요?
이상적인 형태는 ‘complete graph network’ 형태로 참여자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겁니다. 말이 어렵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누가 말을 꺼내도 여러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번지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들어오고, 그렇게 뒤엉키며 새로운 움직임이 생기는 구조”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는 모습을 지향하기보단 수많은 교집합을 가진 소수와 연결된 모습이 더 현실적일 겁니다. 핵심은 운영자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가치제안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거죠.
그래서 커뮤니티를 잘 만드는 팀은 운영자가 아닌 커뮤니티 안에서 인플루언서들이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쓸지 고민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니까 말이죠.
이런 네트워크 구조가 정착되면, 운영자가 모든 걸 주도할 필요가 사라지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활발히 움직이는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함께 만드는 비효율, 커뮤니티의 진짜 힘
물론 어느 정도 운영을 위해서 제재나 규칙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처음엔 운영자가 판을 깔아주되,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을 운영자 한 명으로 고정하지 않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특정 주제마다 소규모 모임을 자주 열고, 그 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유한다거나, 구성원 스스로도 “이런 프로젝트 함께하실 분 있나요?” 하고 제안을 쉽게 올릴 수 있게 해두면 어떨까요? 이렇게 사방에서 불씨가 튀어 오르게 되면, 운영자는 콘텐츠를 매일 만들어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연결되어 “함께 만든다”는 감각을 누리게 됩니다.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이런 형태가 꽤나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한 번의 메시지가 전파되기까지 수 많은 중첩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비효율이 바로 커뮤니티의 진짜 힘이기도 합니다. 중첩된 대화에서 신뢰를 공유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죠.
오히려 ‘비효율’처럼 보이는 상호작용이야말로 사람들을 오래 머물게 하고, 공동체 에너지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거기서 싹트는 예측 불가능한 시너지와 “함께 만든다”는 즐거움을 체감할 때, 비로소 커뮤니티라는 말이 온전히 의미를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