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에 진심인 HR 전문가, 이타와 유스케. 대기업 인사부장, HR 컨설턴트를 거쳐 지금은 독립하여 워케이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흥미롭게도 본업을 하면서 원격 근무와 자유로운 여행을 병행하는 노마드 생활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인재 절벽을 마주한 작은 기업, 그리고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큰 화두입니다. 유스케 상과의 인터뷰에서 공채가 사라진 일본 채용시장 흐름과 워케이션의 가능성을 확인해보세요!
인터뷰 하이라이트
- "이제는 유연한 라이프스타일 & 일하는 스타일을 구직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고령화가 되어 버려서 작은 회사 같은 경우에는 아예 리크루팅을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얘기가 달라져요. 단순히 업무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생산성이 높다는 관점으로 보면 맞지 않죠. 새로운 발상이나 경영의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해요."
-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의 방식을 모든 일본 사람한테 제공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패러렐 커리어를 개발해 가는 방법론도 필요하고, 스스로가 자신의 퍼포먼스를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인지해야 해요."
이타와 유스케 소개
대기업 인사부장, HR 전문 컨설팅 회사 등을 거쳐 지금은 중소기업, 작은 조직을 위한 노무사/HR 및 워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서로는 [경영 전략으로서의 워케이션 입문],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노무 50가지 포인트], [그림으로 보는 노무 입문]이 있어요.
일본에 공채가 사라진 이유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가장 중심이 되는 일은 사회보험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음은 중소기업 대상으로 사회보험 제도, 노동 보험 제도를 컨설팅해요. 가장 의뢰가 많은 경우는 사원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론을 제시하고 해결하는 컨설팅입니다.
Q. 작은 조직에선 주로 어떤 문제들이 있나요?
작은 기업들은 회사의 시스템이 잘 안 갖춰져 있잖아요. 예를 들어 늦잠 자서 늦게 출근했을 때 혹은 성희롱 같은 문제도 발생하죠. 성적인 문제에도 종류가 많고 복잡해요. 이런 경우가 발생하면 회사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되는지 모르는거죠. 가끔 횡령 같은 범죄도 생기고요.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 지 모를 때, 정확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이 어두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밝은 부분을 얘기 드려 볼게요. 커리어 컨설팅도 하는데요, 특히 자녀를 키우는 여성분들이 커리어가 끊기지 않게 할 지 컨설팅해요. 남성도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게끔 컨설팅도 하고요. 일본에서도 부업을 많이 하는데요, 회사랑 어떻게 교섭해서 부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많이 다뤄요. 물론 워케이션 관련 컨설팅도 하고요.
Q. 현장에 계시면서 느낀 채용시장의 변화가 있다면요?
이제는 유연한 라이프스타일 & 일하는 스타일을 구직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인구 측면에서 고령화가 되어 버려서 작은 회사 같은 경우에는 아예 리크루팅을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대기업도 힘들긴 마찬가지인 상황이죠. 그렇기 때문에 워케이션이나 육아휴직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리크루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까지 왔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에서 먼저 요청이 와요.
*리크루팅(Recruiting):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찾아 능동적으로 채용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구인 광고, 헤드헌팅, 사내 추천, 채용 박람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적합한 후보자를 발굴하고, 면접, 시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채용을 결정합니다.
Q. 이타와상을 어떻게 알고 요청이 오나요?
최근에 워케이션에 관련한 책을 출판했는데요, 그게 세번째 책이예요. 두번째 출판한 책은 HR 관련 책이고요. 책을 보고 인사 담당자들이 문의가 와요. 두번째 책에는 인사 담당자를 육성하는 트레이닝 같은 내용도 있어요. 그런 내용을 보고 문의가 오고 컨설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Q. 대표 입장에서 인건비를 생각했을 때 그만큼 생산성이 나와야 하잖아요. ‘워케이션, 육아휴직, 부업 허가 등 제도로 결과나 성과가 적으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있어요.
일본은 현재 인재 채용이 심각한 편이에요. 아마존,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사실 걱정이 없죠. 워케이션은 관심없고 각자만의 컬처가 다 있으니까요. 중견 혹은 중소기업은 달라요. 공채식으로 채용하는 과정은 사라졌어요.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하고 대부분 리크루팅, 헤드헌팅 회사같은 에이전트를 통해서 뽑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어요. 지금 일본 내 리크루팅 회사가 정말 많아요. 엄청난 활황이에요.
이런 에이전트를 통해 채용을 하면 수수료가 아무리 낮아도 연봉 30% 정도죠. 30%는 낮은 수치고 리크루팅 난이도에 따라 연봉 100%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회사 대표님들의 고민은 에이전트를 통해 채용한 팀원이 입사했다가 얼마 안되서 퇴사하는 경우에요. 채용한 팀원의 근속기간이 문제예요. 그러다 보니 생산성까지 고려할 상황이 아닌 거죠. 일단 뽑은 팀원이 회사에 퇴사하지만 않아도 이득이다라는 식의 사고 방식을 강하게 가지고 된 거에요. 그런 맥락이 있다보니 일본에서 워케이션이 많이 보급된 배경 중 하나에요.
*헤드헌팅(Headhunting):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전문 헤드헌터가 찾아 기업에 추천하고 채용을 중개하는 서비스입니다. 주로 임원급이나 전문 기술직 등 특정 분야의 고급 인력을 채용할 때 활용됩니다.
Q. 일본 내 채용시장이 그렇게 바뀐 시점이 언제인가요?
2010년을 기점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2010년도 이후에 IT 엔지니어들이 굉장히 부족했어요. IT 인재들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헤드헌팅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죠. 당시 수요가 훨씬 더 많다 보니 경쟁적으로 수수료가 높아졌고요. 헤드헌팅 회사 입장에선 수수료를 높게 주는 회사 위주로 좋은 인재를 공급하다 보니 그때부터 수수료 구조가 높게 형성이 되었어요.
Q. 일본 기업의 공채(공개채용)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들었어요.
예전에는 공채로 대학교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회사에서 교육해 왔죠. 당시에는 빨리 뽑을 수 있고 많이 뽑을 수 있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교도 사라지고, 막상 공채로 뽑아놔 봐야 회사에 오래 근속하지 않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 공채를 할 이유가 사라지고요.
2010년부터 많은 회사들이 방향을 경력직 채용으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경력직 채용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다는 거죠. 헤드헌팅, 리크루팅 에이전트한테 맡기다 보니 내부 역량이 없었죠. 그런 배경이 현재 상황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해요.
워케이션, 환상일까 대안일까
Q. 워케이션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노무사 하기 전에는 회사에서 상공회의소의 지원사업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주로 중소기업이나 초기 창업자 대상으로 지원사업 컨설팅을 하는 일이었어요. 여러 지역에 출장 다니면서 컨설팅을 했는데 일을 하면서 여러 지역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독립해서도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하다 ‘워케이션’이라는 키워드가 보였어요.
그동안 HR과 노무 경력을 쌓왔다 보니 워케이션만으로는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죠. 지금 하는 일을 메인으로 하면서 워케이션 관련 일을 하나씩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방향을 세웠어요. 관광청의 워케이션 자문으로 임명돼서 일하는데 혼자다 보니 경험도 적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어요. 현장에서 실제 워케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아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렇게 찾다 보니 JWA(일본 워케이션 협회)의 이리에상을 알게 되었고, 먼저 연락을 해서 미팅을 가졌어요.
JWA(일본 워케이션 협회)
Q. JWA(일본 워케이션 협회)와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계시나요?
대등한 파트너십이라기보다 멤버로서 활동해요. JWA에서 워케이션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지역이나 포지션이 맞는 멤버가 합류해서 함께 일을 진행하고 종료하는 식으로요. 협업과 본업 외에도 25년 1월에는 여행 전문 법인 회사를 만들어서 부업으로 할 계획이에요.
Q. 일본에서 워케이션이 크게 떠오른 시점이 코로나 시기인가요?
맞아요. 코로나가 발생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관광업이 완전 박살 났잖아요. 일본 두 번째 권력자인 부총리가 나와서 관광업을 살려야 하니 ‘워케이션 합시다’라고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밀었어요.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워케이션 인지도는 굉장히 많이 올라갔어요. 70%의 대중이 워케이션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워케이션을 도입해 운영하는 기업은 5%도 안 돼요. 채용을 더 잘하기 위해서 내미는 하나의 카드 중의 하나가 워케이션이 된 형국이죠.
Q. 실제 워케이션을 잘 운영하는 사례가 궁금해요.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얘기가 달라져요. 단순히 업무 속도가 빨라진다는 걸 생산성이 높다는 관점으로 보면 맞지 않죠. 새로운 발상이나 경영의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해요. 요즘 일본 회사는 이렇게 바라봐요. 똑같은 책상에다가 아저씨들만 한 공간에 넣고 ‘여기서 새로운 발상을 해봐’ 하면 뭐가 나오겠어요. 형식적인 행위만 하지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지역, 예를 들어 휴가시 같은 곳에서 그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을 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거죠. 지금 저희도 보면, 한국과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 국적의 사람 둘이 만나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지금 새로운 발상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관점을 접하니까 이제까지 없었던 발상들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식으로 생각이 발산하고 확장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일본 내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지금 일본 기업들은 연수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기업 연수로서 워케이션인거죠. 주로 경영진이나 경영할 주니어, 혹은 전략기획부 같은 인재를 워케이션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Q. 워케이션을 막상 떠나도 프로그램이 추상적이면 효과 내기가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맞아요. 프로젝트 진행 시에 총책임자와 로컬 담당자의 소통이 중요해요. 로컬에서 활동하는 기획자와 기업의 니즈에 맞춰 로컬 프로그램을 잘 커스터마이징 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중간 소통자 역할이 없으면 워케이션 자체가 진행되지 않아요.
아까 언급한 2021년도, 일본 정부에서 워케이션을 적극 장려했을 때만 해도 지자체에서 지역 관광 위주로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어요. 워케이션이라고 왔는데 지역 관광만 하다 가는 거죠. 기업 니즈에 맞지 않다 보니 중단된 곳이 상당히 많았어요.
막상 기업의 니즈를 확실하게 들여다보니 기업에서는 인재를 키우고 싶고 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늘리고 싶고 팀 빌딩을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기업에서 말하는 워케이션 니즈는 연수에 가까웠던 거죠. 요즘은 연수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콘텐츠를 다시 개발하고 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빈집 리노베이션 사업 중인 와타나베상 (인터뷰 연재예정)
저나 JWT에서 일본 전역의 워케이션을 다 커버할 수 없으니까 책과 강연을 통해 이런 개념을 전파하고 있어요. 워케이션을 원하는 기업은 어떤 식으로 목표를 갖고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지역 기획자와 자자체는 어떤 식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지 말이죠.
Q. 현장에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이 너무 중요하네요.
네, 현장에서 코디네이터,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너무 필요하죠. 예를 들어 휴가시에는 빈집 리노베이션 사업을 하는 와타나베상 같은 분이 있어요. HR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프로 중의 프로에요. 휴가시가 워케이션으로 유명하고 잘 운영되는 이유도 휴가시청, JWT, 호퍼스, HR 전문 기업이 잘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휴가시 사례를 바탕으로 연수 개념의 워케이션 프로그램 콘텐츠를 기업에 판매하고 있는데 실제로 팔리고 있어요.
흥미로운 건 휴가시청에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기획해서 민간과 협업한다는 거예요. 신타마상이라는 휴가시청의 슈퍼 공무원이 있어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휴가시청 공무원과 일하는 느낌이 아니라 회사 대 회사로 일한다는 느낌이 난다고 해요. 휴가시 사례는 이렇게 지역 내 여러 사람의 노력이 쌓여 가능한 결과예요.
Q. 휴가시 워케이션이 특히 잘 된 이유가 더 있을까요?
(휴가시청 소속) 신타마상이 정말 잘한 일 중의 하나는 휴가시에 워케이션 협의회를 만든 거예요. 워케이션 성공 사례 지역을 가보면 신타마상같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문제는 그 사람이 없어지면 끝나는 거예요. 담당자가 쌓아온 지식이나 경험이 사라지는 거죠. 한 명에 의해서 움직이다 보니 담당자가 떠나면 프로그램이 망가지는 거예요. 이에 반해 신타마상은 워케이션 협의회를 만든 다음에 와타나베상, 다카다상 같은 지역 사람들을 기획자, 코디네이터, 퍼실리테이터 역할로 참여하게 하는 거예요. 이게 휴가시의 강력한 무기예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의 방식
Q. 유스케상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가장 하고 싶은 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의 방식을 모든 일본 사람한테 제공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패러렐 커리어를 개발해 가는 방법론도 필요하고, 스스로가 자신의 퍼포먼스를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인지해야 해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커리어 패스로 만들도록 돕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요.
*패러렐 커리어(Parallel Career): 하나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직업을 병행하며 경력을 쌓는 방식을 말합니다.자기 계발과 경력 확장이 주된 목적이며, 각 직업은 비교적 연관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를 추구합니다. N잡은 추가 수입이 주 목적이고 단기적이고 유동적이라면 패러렐 커리어는 전문성, 장기적인 방향을 지향합니다.
Workstyle 3.0: 시간/소속/장소의 경계를 허물고,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우리 회사만의 최적화된 업무 방식을 만들어 나가자는 메세지 (출처: 유스케상의 저서)
Q.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사업적 목표 중에 어떤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아내와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같이 경영하다 보니까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도 굉장히 많고 워케이션도 빈번하게 하죠. 현장에 딸과 함께 가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일과 가족의 밸런스를 자연스럽게 맞춘 상태에요. 그러다보니 밸런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본 적은 없어요. 사업의 스케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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