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행복한 자공이 되어보아요
자기 가치를 높이면, 다른 것들은 따라옵니다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굳이 각잡고 새해 계획을 세우지는 않은지가요. 다만 요즘은 '나'라는 존재 본질과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경우에 성과 내기가 즐거웠는지 좀 길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정도로 일하는 환경 변화에 응전할 마음을 다지고 있습니다. 지나온 10년, 앞으로 10년..? 좀 시대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뭐든 직관적으로 일찌감치 파악하고 결단이 빠른 스타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돌아보니 막상 나 자신을 위해 정성들여 회고한 적이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아득하게 잊고 지냈던 일이 많았는데 그중 문득 돈과 관련된 추억(?)들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한마디로 누군가가 갖고 있던 자기 가격표를 몇 배로 올려드렸던 일들입니다.
어떤 경우는 제가 단숨에 10배 이상 가격을 올려놨습니다. 그게 충분히 가능한데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 넘게 고생해도 판가가 이삼백 만원 겨우 넘을 프로그램을 1,200만원짜리로 만들어드렸습니다. 그게 선례가 되어서 이후에도 협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은 채 단순히 가격만 올린 건 아니긴 했습니다. 다른 어떤 경우는 공짜 내지는 많아야 수십 만원에 거래될 것을 300만원 이상으로 올려서 거래해드렸는데, 이 경우는 상품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도 가능했고요. 또 어떤 경우는 무료 내지는 월 몇 만원짜리에 그칠 것을 10배 가까운 가격대로 리뉴얼했습니다. 이후에 약간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그런 과감한 시도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사실상 무료로 진행되거나 단명했을 것입니다.
모두 다 제 관여가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습니다. 저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기획자였습니다. 자랑이 아니라 현실이 그랬습니다.
첫째. 당사자들 자신이, 자기 가격을 그렇게 높게 매길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습니다. 자기 가치 매기기를 쑥스러워하고 머뭇거리기만 하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제 눈으로 볼 때 그분들은 자신을 저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내심 다들 자기 가치를 쳐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있고, 실력도 없으면서 단순히 마케팅 잘해서 해먹는 부류들에 대한 분노와 질투를 은연히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둘째. 협상을 할 줄 몰랐습니다. 그분들은 다 자기만의 한 끝이 확실하게 있는 실력자였습니다. 그런 유형 공통점은 자기 세계에서 자기 세계관으로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이기적이라는 건 아닙니다. 남 돕는 좋은 일을 늘 자발적으로 해왔던 분들이었습니다. 상대방(수요자) 입장에서 문제와 니즈를 깊이 해석해서 선제적으로 제안을 만들어내거나 상대방이 반길 만한 옵션을 제시하는 데 서툴렀습니다. 아예 그런 창조적 경험이 없었다고 할까요.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건데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줄 것과 받을 것에 대한 계산이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거래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단순한 사고방식으로 일관해왔던 거였습니다.
셋째. 가까이에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같이 만들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없었다는 건 그들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살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수십 년 지내온 것입니다. 그런 일에 사람을 쓰고 이를 위해 돈을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경우였습니다. 자기 본업에만도 바쁘기 때문에 그런 안일함(?)을 스스로 용서합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그분들이 하는 일이 단숨에 제 가격을 찾게끔 만들 수 있었을까요. 세부적으로는 여러 스킬이 있었지만 역시 중요한 거 3가지로 압축한다면 뭐였는지 회고해봅니다. 비록 다 몇 년씩 전 일이지만요.
첫째. 고객을 봤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그들이 줄 수 있는 게 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불일치를 찾아서 갭을 메우거나, 충분히 제공가능할 법한 새로운 메리트를 추가해서 지불가치를 높였습니다. 불일치를 찾으려면 고객이 처한 상황을 넓게 보고 상상력도 발휘해야 합니다. 지불가치에는 지불능력도 반영됩니다. 지불능력이 된다는 것은 바라보는 가치가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다행히 저에게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없었던 고객 내부자 경험이 다양하게 있었고, 마지막에 말씀드릴 ‘이것’도 다행히 있었기에 고객 니즈를 다룰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둘째. 소통을 설계하고 직접 컨트롤했습니다.
그분들이 껄끄러운 돈 이야기를 직접 하지 않아도 되게 했고, 고객이 알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 걱정하는 것 위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 시작과 끝을 직접 관리했습니다. 특히 타이밍을 철저히 관리했습니다. (대기업 다닐 때 이런 일을 했더라면... 참 아쉽네요) 천만 원짜리를 팔면서 만 원짜리 팔듯이 해서 생길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없앴습니다. 특히 구매자 중에는 개인도 있었기에...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도와드린 분들의 상품을 프리미엄으로 만들어놨을 때, 이를 감당할 만한 품격을 그분들이 이미 갖추었는지 보고 나서 시작했습니다. 인품, 마인드컨트롤 능력, 말을 가려서 하는 능력 등등. 그 이유는 위 둘째와 같습니다. 만 원짜리를 천만 원에 속아서 산 게 아니라는 확신은 본원적 가치 창출자 본인에게서 나오니까요. 제가 한 일은 그들을 잘 모르는 고객이 그들을 잘 이해하고 인정하게끔 하는 장치들을 고안한 거였습니다.
물론 일정상 급하게 지불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저를 갈아넣어(?) 도왔던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고 흥미진진한 과정이었고 함께 했던 분들에게 학습이 되고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고객들 모두가 매우 만족했고, 어떤 분은 감격해 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제가 만들어놓은 프리미엄 모드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가치관리가 잘 되었느냐. 상당수가 그렇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일단 제가 꾸준히 관리해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일회성으로 끝난 게 크긴 합니다. 당시 저는 그 일들을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파일럿을 해본다는 느낌으로 했고 공부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돈 되는 일보다는 공부를 포함한 돈 안되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또한 제가 다루었던 고객경험이라는 것은 대부분 아날로그적인 것들이어서 지금처럼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를 돌리듯이 비교적 일정한 퀄리티로 유지하는 시스템 만들기가 어려운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이 지금은 달라졌을까요? 그래서 손을 뗀 순간 지속가능성도 주저앉은 것이죠..
“그런데도 나는 왜 그들의 제값 받기를 (내 일도 아닌데) 중시하고, 제값 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왔을까?”여러분은 무엇을 중시하고, 어떻게 실현시켜보았나요?
인간 존엄성 때문입니다. 자기 존엄성부터 제대로 세우는 법을 알아야 남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줄 아는 데서 출발해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는 걸 퇴사 후 공부로 돌아갔던 시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치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관점과 크리에이션 & 매니지먼트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가?”
여러분은 중시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계신가요?
위에서 말씀드린, 제 가격 찾기 전략 1번이었던 고객을 보는 법에서 ‘이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저만의 크리에이션 & 매니지먼트 방법론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사리(事理; 일의 이치)와 사세(事勢: 일의 형세 즉 시간적 변화)를 보고 밸류에이션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저로서는 돈 안벌고 놀 때(?) 공부한 논어 그리고 주역에서 배웠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고객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을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깨치고 나니 맨투맨 응대는 상대가 누구라도 두려울 일이 없습니다.
“나는 왜 이런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여러분은 앞으로 하고픈 일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문화란, 자기 가치를 깨닫고 개발하고 가꾸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놀라워하고 감탄하고 칭찬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조금만 잘해도 시기 질투 음해 발목잡기.. 그런 게 더 이상 없는 사회 만들기가 그냥 재밌고 좋습니다. 상대방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아봐주고 끄집어내는 일이 쉽고 시간이 잘 갑니다.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 사례란, 자기 가치를 최대치로 높인 다음, 그 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례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사례 중 일부처럼,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요!
마지막에 승리하는 사람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자공이 말했다.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스승님은 가죽에 싸서 궤짝에 넣어 보관만 하시겠습니까? 물건을 알아보는 좋은 상인을 구해서 파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하지만) 나는 그런 상인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공자같은 마인드로 꾸준히 노력할 수 있다면, 자기 가치를 높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조급증에 쫓기면 공들인 산 무너지는 거 금방입니다.
공자를 추종한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제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인물 자공. 논어 초반에는 공자에게 쌀쌀맞게 지적도 당하고 혼나기도 하는 인물이지만, 논어 후반으로 갈수록 다른 제자들은 별 발전이 없는데 자공만 빛납니다. 공자에게 가장 인정받는 제자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자공은 가장 부자였습니다. 자질과 능력도 최상급으로 성장하고, 돈까지 잘 벌고 세상에서 인정받은 인물은 단연 자공이더군요.
올해는 ‘행복한 자공’이 된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성장 환경(혹은 사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내가 내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내 문제에 집중하는 게 미래를 위한 올바른 투자 방향 아닐까요. 자기 가치 높이기는 누구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남은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봅니다.
SNS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편이지만, 늘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찾아오겠습니다.
평일에는 링크드인에서 만나요. 행복한 자공이 되는 첫걸음 Work with Dignity 시리즈를 자주 포스팅합니다.
2025년 1월부터 매주 격주 금요일에 뉴스레터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