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휘자입니다.
앞선 글에서 회사 동료들과 커피챗을 자주 가진다고 했는데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 뿐 아니라 리더급과도 정말 다양한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감사하게도 무엇인가 막혀 있을 때 동료들과의 티타임을 가지면 사고도, 의지도 새롭게 리프레시가 되고, 일에 빠져서 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편은 제가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거나 난관을 만났을 때, 현재 일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만드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었던 내용을 남겨보려 하는데요, 다양한 분들을 만나며 일에 대한 제 태도를 돌아보게 해준, 혹은 오래도록 곱씹게 되는 인사이트를 준 “말”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
TA님, "결과로 증명하고 설득해요"
토스에서 오셨다는 TA님. 제가 지금 CRM 업무를 하고 있는데 토스가 푸시 맛집으로 유명하다보니 노하우가 궁금해서 냉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내가 한 기획에 확신이 있다면 팀원을 모두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해요. 일단 하고 결과로써 증명해요. 어떤 메시지를 기획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진짜 될 것 같은데 팀원들 반응은 미적지근 했을 때는 그냥 밤에 몰래 테스트해본 적도 있어요.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결국은 성과가 좋아서 정규화했죠”
이 말을 듣고 깡다구가 대단하다, 배짱이 두둑하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기획을 실행하기 전에 팀원을 모두 설득하고 서로 이해가 맞춰진 후에야 실행하게 되잖아요. 모두를 설득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발생했던 게 생각났어요.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도 자신에 차 있는, 확신있는 기획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팀원들을 설득하지 못했을 때 뒷말이 나올 수 있음에도 일단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 끝장을 보는 이 호전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업자 E님, “아이디어 많은 건 장점이 아니다”
오늘의집의 창업자 3인 중 한 분이었던 E님은 덩치가 큰 콘텐츠 팀의 최상위 리더셨습니다. 사실 창업자이시기 때문에 저희 트랙 뿐 아니라 회사 전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리드였죠. 제가 인턴일 때 E님과 처음으로 티타임을 가졌는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말이 있어요.
아이디어가 많은 건 장점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디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실행 가능하냐’, 혹은 ‘실행했느냐’ 죠.
저는 이때 기획력이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인턴이다, 라는 평가를 받을 때이고, 의견을 다양하게 개진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었어요. 흔히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을 칭찬해주잖아요.
그런데 E님은 의견 내는 것 보다 실제로 현실세계에서, 이 시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고, 행해지지 않은 말들은 의미가 없다고 보시더라고요.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딥다이브 그 이상이 필요해요. 한 문제에 대해 집착적일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편집증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깊이 파고들고 놓지 않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님은 창업자이고, 그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을 텐데 그 중에서도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때 E님의 답변이었어요. 한참 생각하시더니 ‘딥다이브 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자기 문제처럼 고민하고, WHY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는 사람, 놓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결국은, 끝내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고,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들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일이 많고 바쁘면 내 앞에 닥친 일을 급급히 처리하기 바쁘잖아요. 또 익숙한 일만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야생성이 떨어지고 편함에 안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사고하고 고민하고 놓치지 않는 것도 결국은 습관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일주일, 한 달,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려도 끈질기게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존경심이 들지 않나요? 주변에 그런 동료가 있다면 큰 행운입니다. 저 역시도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해결해보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H님 “업무 요청이 왔을 때는 딱 1~2개 더 보태서 줘라”
DA이신 H님은 조직에서 굉장히 인정받는 분입니다. 유능하고 일 잘한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분이시고 사내 동료 추천으로 상을 받기도 했던 분이신데요, 저도 H님과 일 할 때는 ‘경험이 좋다’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왜 이 사람이랑 협업하는 경험이 좋은 걸까? 어떤 마인드로 일하는 걸까? 궁금했어요.
제가 첫 회사 인턴일 때 제 사수분이 알려줬어요. 누가 업무 요청을 하거나 도움을 구할 때 저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대신 딱 할 수 있는 요소/조언을 1~2개 더 얹어서 주라고요. 그 말이 인상 깊어서 계속 실행하고 있어요.
돌이켜보니 H님에게 데이터 분석 요청을 하거나, 대시보드 제작 업무를 요청하면 항상 개선할 수 있는 점 1~2가지를 역으로 제안해주시고 살을 붙여서 주셨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정말 주체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라는 인식이 생겼던 것 같아요. H님의 비결이 이거였구나,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상위 리더 T님, “내가 일을 맡기 시작한 후부터 명백히 지표가 올라야 한다”
자타공인 일잘러이시자 마케팅 씬에서는 유명한 마케터인 T님. 최근 T님과 티타임을 하면서 정말 인사이트가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 3가지를 공유해봅니다.
내가 투입된 후부터 분명한 상승 그래프가 찍히는 것. 내가 일을 맡기 전후에 분명한 성과 차이를 만드는 것. 그게 제 재미이자 성취예요.
T님이 맡으신 프로젝트들은 전사에 기여할 정도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이만큼 일을 잘하고 성과를 잘 내려면 사실 그만큼 일에 투입하는 시간도 많아지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이 분은 십 년 이상 일을 하고 계신데 아직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요.
그때 답변이었어요. 놀라운 건 저도 정말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일을 할 때 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성과 차이를 분명하게 내는 것. 맡은 일을 잘할 때, 임팩트를 낼 때,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때 가장 뿌듯하고 재밌는데 T님도 똑같이 말씀하시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떨 때 일에 재미를 느끼시나요?
저는 동종 업계 사람들이랑은 티타임 안 해요. 해봤자 다 똑같은 이야기, 다 아는 불평만 할 뿐이니까. 대신 아예 다른 쪽 업계 사람들이랑 만나요. 특히 VC, 투자, 금융 쪽, 돈이 돌고 도는 업계 사람들이랑 이야기해야 진짜 기회들을 찾을 수 있어요.
돌이켜보면 그렇게 티타임을 많이 했지만 보통 주변 동료분들이나 동종 업계 분들과 만나왔거든요. 그런데 T님은 동종업계 사람들이 아닌 VC 등의 분야 지인들 만나서 요즘 뜨는 회사, 업계, 사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듣는다고. 그러다보면 시장에 대한 눈도 생기고, 무엇보다 다양한 기회도 생기더라, 하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기도 하고, 그 사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만나기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링크드인 하나만 있어도 모든 업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다들 자기의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어하기 때문에 알을 깨고 나가기 위해서라도 꼭 먼저 손을 내밀고 문을 두드려보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겁없이 좀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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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저에게 여운을 주었던 대화를 남겨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동료와 티타임하면서 인상깊었던 말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