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리보기]
part ①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 창업”
part ② "스타트업이 전통 산업을 만났을 때"
part ③ "스타트업 리더가 말하는 '좋은 팀'의 조건"
part ④ "산업을 바꾸는 힘, 본질에 대한 고민"
이 글은 [Question Growth Club]에서 발행되었습니다.
Intro
"당신이 살면서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자세히 말해주세요"
위 질문은 일론머스크가 입사 면접을 진행할 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의도는 다른 것이 아닌 진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에요.
그렇다면 딩신은, 무언가에 진심을 다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실패를 경험할지언정 끝없이 도전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조경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가고 계신 루트릭스의 안정록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에 대한 관점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성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가시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Q. 조경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파주 출신인데, 고등학교 1학년 때 'DMZ 생태 탐사대'를 만들어서 활동했습니다. 3년 동안 연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유니세프 세계 기후변화 포럼에 한국 청소년 대표로 참가하게 됐어요.
거기서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습니다. 다들 환경 보호에 대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대는데, 저는 되게 단순했죠. "그냥 자연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어요.
그 뒤로 자연스럽게 환경 관련 공부를 하게 됐고, 조경학이라는 분야를 만났습니다. 마치 평생 찾아온 길을 드디어 발견한 것 같았죠. 'DMZ같은 자연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면서도 사람들과 잘 공유할 수 있을까'하는 제 고민이 바로 조경학에서 연구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하버드 건축대학원까지 가게 됐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조경 산업의 생산, 유통 단계가 너무 아날로그적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여기서 혁신이 일어나면 조경 산업 전체가 좋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창업으로 이어졌죠.
그리고 조경이라는 분야가 가진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조경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외부 공간을 설계하고, 시공하고, 유지 관리하는 총체적인 일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대중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에요. 바로 '공공성'을 가진다는 거죠.
저는 늘 이런 질문을 던져요. "대중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간은 무엇일까?" 이게 제 고민의 시작점이에요.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미 많은 투자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Q. 알려지지 않은 시장에서 창업을 하면서 느끼는 장단점이 있을까요?
먼저 장점을 말씀드리자면, 의외로 꽤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소한 분야다 보니 신기하게 여기고, 오히려 신뢰도가 높아요. '이런 특이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또 이 시장이 '커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초기에는 이런 점들이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람과 시장을 보고 응원해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죠.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거예요. 기존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발견했다는 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사람들도 문제인지 몰랐거나, 알고 있지만 해결하기 너무 어렵다는 거겠죠.
더군다나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이 시장과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도움을 받기가 더 어려웠어요. 정확하게 정리된 통계나 데이터가 없어서 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거의 1년을 썼다고 하면 가장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그런데도 올해 Pre-A 투자 유치에 성공하셨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텐데요.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투자 유치 과정에서 깨달은 중요한 점들이 있는데요.
첫째, 전통적인 시장에도 기회가 있다고 믿는 투자자들을 만나야 했어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IT나 신기술에만 관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같이 전통적인 산업을 혁신하려는 스타트업을 믿어주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을 찾는 게 첫 번째 과제였어요. 정말 100명이 넘는 분을 만나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라포를 쌓기도 했죠.
둘째, 투자 산업 자체에 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현재 투자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대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투자하는지, 요즘 어떤 트렌드가 있는지 등을 공부했죠.
특히 도움이 됐던 건 시리즈 B 정도의 스타트업 대표들과 친분을 쌓은 거예요. 이분들은 이미 여러 번의 투자 유치를 경험하셨잖아요. 이분들을 통해 중요한 걸 배웠어요. 바로 '투자자들이 짧은 시간 안에 설득될 수 있는 포인트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거였죠.
Q. 기술적으로 낙후된 산업의 디지털 전환(DT) 과정은 어렵지 않으셨나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알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무엇부터 디지털화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거예요. 이게 정말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다 하면 좋지만,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너무 이상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라이다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나무의 형태를 디지털화하려고 했거든요. 기술적으로는 멋진 시도였죠. 하지만 이건 다른 기본적인 것들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아직 전기나 전봇대 같은 인프라도 없는데 아프리카 땅에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나타난거죠.
실제로 시장에 나가보니 B2C, B2B 고객들의 실제 니즈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사이에 큰 괴리가 있더라고요. 우리는 "이 기술 정말 멋지지 않나요?"라고 생각했는데, 고객들은 "그래서 이걸 사용하면 내 나무가 몇개나 더 팔리는거냐?"라고 물었죠. 이상적으로 필요한 솔루션은 맞지만, 돈을 버는데 필요하지 않았던거에요.
결국 깨달은 건, '이걸 디지털화하면 얼마나 더 많이 팔릴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했다는 거예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의 니즈를 먼저 이해했어야 했던 거죠.
Q. 창업 후에 가장 예상과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상 이상'이에요. 할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고, 고민도 상상 이상으로 많고, 힘든 점도 상상 이상으로 많았어요. 저는 너무 다행히도 지금 행복하게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걸 깨달았습니다. 바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산업,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왜 그런지 아세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이 오거든요. 매일매일이 위기이고 도전이에요. 이럴 때 버틸 수 있는 힘은 결국 그 일에 대한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HR, 즉 인사 관리가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더라고요. 채용부터, 팀 문화 형성, 갈등 관리, 성과 관리까지...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해요.
Q. 경험을 통해 생긴 좋은 팀원의 기준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팀원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는 '실행력'이에요.
왜냐하면 초기 스타트업은 어차피 실패할 일이 많거든요. 근데 실행력이 없으면 실패조차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게 스타트업인데, 실행을 못 하면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거죠.
둘째는 '산업에 대한 믿음'이에요.
99%가 안 된다고 해도 되는 1%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특히 우리처럼 생소한 산업에서는 더욱 중요합니다 . 왜냐하면 모든 게 불확실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게 될까?"라고 물을 테니까요.
이런 기준을 갖춘 분을 뽑기 위해서 면접에서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분인지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근데 그냥 "우리 회사의 미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실제 상황을 던져요.
예를 들어 "연구원과 공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 답변에 따라 이 사람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가 보입니다. 특히 저는 사람과의 소통으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고 해요.
정리해보자면 스타트업에서는 완벽한 답이 없습니다. 성공의 여정이 아니라, 실패를 통한 학습의 여정이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통해 배우고, 그 배움을 다음 도전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팀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팀원이 가지고 있는 성장 프레임워크 클릭해서 이미지를 올려주세요
Q. 반대로 좋은 리더의 기준, 리더이기에 어려운 점도 있을까요?
좋은 리더는 단순히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을 넘어서, '산업을 좋게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만의 비전을 찾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거예요.
저는 다른 분들께 "이 사업이 성공하면 뭘 하고 싶은지" 여쭤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싶다거나, 재단을 만들어서 도와주고 싶다고 대답해요. 물론 틀린 목표라는 건 없지만 너무 쉬운 대답이에요. 더 깊이 있게, 더 선명하게 고민해야 해요.
다시 말하면 리더는 "지금 산업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 계속해서 자신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더로서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서로의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에요. 그래서 매주 진행하는 1:1 미팅이 특별한 의미를 가져요. 이건 단순한 업무 미팅이 아니라,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팀원과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편하게 나눠요. 때로는 서로의 방향이 다를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것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런 솔직한 대화가 있어야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때 꼭 물어보는 게 있습니다. "너는 왜 이 일을 하니?"라는 거죠. 이 과정에서 서로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의 진짜 꿈과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더 좋은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 같아요.
Q. 구체적이고 선명한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면?
저는 스타트업을 하려고 회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목표가 있어서 스타트업 씬에 들어왔어요. DMZ를 제 손으로 설계하고 싶었는데, 조경가로서는 제가 꿈꾸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겠다는 거였죠. 한동안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꿈꾸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러다 스타트업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거예요.
먼저 작은 목표라고 하면, 팀원들과 돈을 많이 벌면 뭘 할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러다 ‘강남 한복판의 빌딩을 사서 무너뜨리고, 나무 딱 한 그루를 심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나무를 보면서 왜 이거 한 그루만 심었지? 라고 고민까지 할 수 있죠.
조경이라는 게 단순히 나무를 심고 공간을 꾸미는 게 아니라, 자연의 존재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깨달을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봤을 때는 글로벌한 임팩트, 사람들이 굉장히 고마워할 만한 일을 하고 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계 어디를 가든 밥 한끼 같이 먹고, 반겨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일이 바로 기후 위기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과 앞으로의 도전이 있다면?
매 순간이 도전이었지만, 특히 초기에 투자를 받으려고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조경 산업을 이해하는 투자자를 찾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웠어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조경?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죠.
그때 깨달은 게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을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요. 기술적인 용어나 업계 용어를 쓰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했어요. 이건 지금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조경 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누구든 나무가 필요하면 쉽게 구하고, 자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기존의 방식을 바꿔야 하고, 새로운 기술도 도입해야 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어요.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 조경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에요.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이 산업을 발전시키고 싶은지를 깊이 있게 고민해보세요. 왜냐하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누구나 가본 길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고, 조언을 구할 사람도 많지 않아요. 실패할 확률도 높고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고,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커요.
그리고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게 있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찾고, 함께 성장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희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함께하는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오늘 이야기가 성장에 도움이 되셨다면?
QGC는 2주에 한 번, 인터뷰레터를 발행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성장과 관점의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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