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기타
공동 창업자와 헤어졌습니다. 슬프게요: 한국 투자자에게..

우선 저는 2년 조금 더 전에 스타트업 씬에 우연찮게 들어온 20대 초 중반의 대학생(의 본분을 다하지 않는) 개발자에요.

 

말 하자면 길지만, 굉장히 오래전부터 기술과 창업을 좋아하는 꿈 나무였죠. 2년전 까지는요.

 

코로나가 이제 슬슬 풀리려하던 2년전 저는 우연히 (잘 하지 않는)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광고를 보게돼요.

 

앱, 웹등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종의 해커톤이었죠. 무려 2주간의.

 

이 해커톤은 큰 틀에서 데이터를 다룬다는 주제가 있었고, 저는 태초 인공지능 개발자(Data Scientist)가 되려고 하였기에 지방에 사는 제가 당시에는 돈도 없던 저에게, 팀 프로젝트 자체가 적었던 저에게는 말 그대로 별거 아니지만 참여해야하만 할 거 같은 운명 같은 대회였죠.

 

물론 실제로는 여기에 참여하는 기간이나 개발자 수를 보았을 때 안타깝게도 AI 관련 기능을 개발을 하기에는 역 부족이였어요. (당시에는 ChatGPT도 없었으니 더더욱..)중요한건 저와 저희 팀은 그닥 기대받는 팀도 아닌, 다른 대부분의 팀이 완성되고 남은 사람들끼리 팀을 하였죠.

 

그 중 한명은 우리팀은 망했다며 크게 격노하는 기획자도 있었죠. 비록 저는 원하던 AI관련 서비스를 개발 하지는 못 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하는 팀 프로젝트라는 점에 그 자체에 신나있었고 저는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런 과정들을 조금 겪고, 긍정의 기운을 불어 넣으니 격노하던 기획자도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기쁘기도 했어요. 그런 일련의 과정속 결국 저는 팀의 기획대로 Android app을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당시 서버 개발자분과는 2주 내내 그 공유 오피스 비슷한곳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발을 하곤했죠. 사실 우리팀이 제일 열심히 출석했고 나머지는 거의 오지도 않았거든요.

 

이런 결실이었을까요? 대면의 힘일까요? 저희는 당당히 1등(대상)을 수상하게되죠. 이 수상은 세전 총 100만원, 팀원 4명이 N빵을 하면 그렇게 큰 돈이라고 볼 수 없을수는 있어요. 2주동안 할애한 시간을 감안하면 더더욱이요.

 

하지만 이 수상은 저의 인생의 방향을 크게 한번 바꾸는 역할을 해요. 왜냐하면 대상의 혜택중 하나는 신설되는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프리패스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거든요. 2주간의 해커톤은 방학 기간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3~4개월 가량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기와 겹칠 수 밖에 없었고, 상대적으로 긴 기간,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프로그램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저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저 만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되죠.
 

 


이 프로그램에서 자기소개를 하던 시점에는 이전 해커톤에서의 경험으로 조금은 더 저의 모슨에 가까운 당당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죠. 이전 수상 때문이었을까요? 이제는 저를 찾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저는 공동 창업자를 만나게 돼요. 사실 처음부터 같은 팀을 하였던 건 아니에요. 그때는 사실 창업은 되면 너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라는 생각도 이제 와서 해 봐요.

 

물론 열심히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거기 있던 분들 대부분이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정말 기쁜 일이죠. 내일을 위해 살지만, 오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살았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서의 이야기는 정말 길어요. 저는 한 팀에 있다, 지금의 공동창업자가 있는 팀으로 가서 양다리를 걸치다, 첫 번째 팀과는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아이디어와 함께 say good bye, 두 번째 팀과는 프로그램이 끝나자 한 명을 제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함께 새로운 팀을 만드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팀이죠.

 

이 팀의 첫 번째 아이디어는 ‘소모임’과 같은 하이퍼로컬 기반의 서비스였어요. 이 서비스를 만드는 약 반년의 기간 동안 인원이 3 → 2 → 4 → 3 → 4 → 2명이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되죠. 네, 마지막 2명이 저와 공동창업자예요. 네, 이 서비스는 망했어요.

 

그래서 공동창업자의 제안으로 저희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2기를 다시 지원하여 참여했어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요. 네, 이 기간 이전 1년 동안 했던 건 모두 의미 없어요. 다시 처음부터니까요.

 

여기서 첫 번째 특정 전문직(이하 전문직, 특정의 위험으로.., 공동창업자가 특정 전문직 출신)를 위한 아이템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는 굉장히 심플해요. 단순한 계산기이거든요. 공식도 다 있어서 개발이랄게 없어요. 일단은 만들어서 Google Play에 먼저 배포하죠.(AppStore는 Apple이 이해 못 하는 이유로..) 당연히 처음에는 너무 심플해서 홍보도 안 했어요.

 

처음은 단순하게 시작하는 거죠. 하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반응이 있던 건 아니에요.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요. 이 아이템은 첫 번째 전문직의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이었죠. ChatGPT로 유행하던 AI도 좀 붙여서요. Object Detection, Image Classification 같은 고전적이지만 어려운 인공지능을 붙였어요. 이 아이템으로 정부 심사역들은 좀 속였지만, 시장은 냉혹하더군요.. 사실 탑재한 저 인공지능이 잘되면 aha 할 수 있어도 retention을 크게 높이는 기능은 아니었어요. 대출 같은 거죠.
 

 


특히 유사한 서비스를 국내외 대기업들도 진출하였고, 저희는 시장에서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러던 중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던 단순한 계산기였던 첫 번째 앱이 갑작스럽게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가 증가 하고 있는걸 발견한 저는 바로 공동창업자에게 이야기했고, 기뻐하더니 거의 바로 관련 전문직 오픈채팅 방, 커뮤니티 등에서 홍보를 하더라고요. 그랬더니 웬걸,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고, 유입이 곧바로 커지는 걸 봤죠.

 

그리고 전문직 고객 앱에 넣었던 AI를 여기에 넣으니 오히려 더 열광적이었어요. 사실 처음 공동창업자는 이 얘기를 했지만, 저는 market size가 더 큰 고객으로 한번 가보자고 하였던 것이 첫 번째 앱이었거든요. retention을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도 넣기도 하고요..(여기서 개인적으로 뼈저리게 느낀 것은 market size가 아무리 커도 네가 승리 못 하면 그림 위의 떡일 뿐이다 였죠.)어쨌든 단순 계산기부터 AI, 커뮤니티로 넓혀가면서 앱을 확장시켜나갔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BM이었어요. 이 특정 전문직을 상대로는 너무 좁아서 B2C로는 큰 플랫폼처럼 확장해 가기는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 앱을 인지도로 하여, B2B로 방향을 틀고 이 전문직이 속해있는 집단에게 저희 서비스를 팔기로 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이 전문직과 전문직들이 모여있는 집단의 head의 직업이 다르다는 점이죠. 그런 것들이 영업에 큰 방해 요소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이 집단의 head나, head의 직업(한마디로 돈 쓰는 사람)이 필요한 AI 기능을 개발하여 PoC를 진행하고 있죠.

 

이 과정속에서 저희는 새로운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었고, 특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투자를 받기로 계약했죠.

 

결국 저희는 최근, 이 조건에 부합하여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인데요.

 

저는 3, 공동창업이자 대표는 7로 지분을 나누었고, 저는 영업에 대한 조건부로 최대 구주 10%를 양도받을 수 있는 주주 간 계약서를 합의했어요. 물론 다른 주주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시점을 exit 이후까지 미뤄도 되고요.

 

원칙적으로는 투자자와의 투자계약서에 관점에서도 전혀 문제없는 계약이에요.

 

하지만 제가 듣기로, 투자자는 이 따위 계약서로는 함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말을 들었어요. 한 마디로 “한국의” 투자자들이 늘상하는 이야기들을 주구장창 했다는 거 같더군요.
 

 


투자자도 risk를 최소화하고 싶은 건 100번 이해해요. 하지만, start-up 자체가 risk 덩어리라는 모순이죠.

 

또, 저와 대표가 이 지분을 결정하는 게 결코 짧은 기간도 아니었고, 한두 번의 이야기로 결정한 것도 아니에요.

 

이 내용으로 1년 이상 이야기해 왔고, 여러 번 사업을 중단할뻔했죠. 하지만 투자자는 그러한 뒷이야기는 관심이나 있는지,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다더군요. 그리고 거기에 저에 대한 몇 가지 조항까지(이미 있음에도 더) 추가 요구했다고 하는데, 이건 저를 무시함을 넘어 대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투자자가 주주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투자자가 start-up의 공동창업자를 잠재적 적으로 보는 거, 이게 맞나요?

 

저는 이따위 문화로는 한국에서 더 이상 global에서 성공하는 기업을 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돼요.

 

저는 대학의 이름이 네임드도 아니고, 그런 대학에서도 낮은 성적을 받는, 하지만 교수에게는 조금 눈에 띄는 그런 학생이죠.

 

어쩌면 투자자는 저의 대학의 name value를 보고 저렇게 판단한거진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저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투자자와는 함께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가면 cash flow가 원활할 거로 생각하기에 너무나 아쉽고 슬퍼요.

 

굳이 start-up이 아니라도,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요.

 

아직 서류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라서 어쩌면 섣부른 건지도 모르겠지만, 잘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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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안녕하세요. 글쓴분보다는 지분이 훨씬 적은, 몇차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공동창업자입니다.
먼저 현재상황에서 드실 좌절감과 안타까운 마음에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해당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실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자도 소액 엔젤이 아닌 이상, 다른 곳(LP)의 돈을 운용하는 업으로서 나름의 신의를 다해야 합니다. 기존 주주간계약의 내용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도 그 일부이겠구요. 주주간계약의 내용에 대해 법무검토를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법인설립에 필요한 제반내용을 저렴하게 챙겨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일반적인 내용과는 동떨어져 있어 보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이 되려면 그 커뮤니티의 룰을 존중할 필요도 있습니다. 글과 댓글에서 보면 본인의 생각을 기준으로 한국 스타트업계 전체를 재단하시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인상도 드네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몇년전 투자유치에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을 발간하였으니 읽어보시면 많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아래 링크 13페이지쯤에 있습니다.
https://www.startupall.kr/reports
우선 좋은 정보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만, 누차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저런 내용들을 몰라서 이런 계약을 진행하였던것은 아닙니다. 이미 관련 내용이 포함된 계약이 작성된 상태이죠.

2년 이상 각종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겹도록 듣던 이야기이죠.

그렇기에 exit 시점까지 주식 양도를 미룰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는거고요.


우선 법리 검토의 경우 투자자가 동의를 하면 세부 내용을 좀 더 개선하여 법리 검토가 완료된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 초안에서 투자자가 묻지마 반대 의사를 전달하여 그 이상의 법리 검토는 없었고요.

저희 역시 SaaS나 외부 서비스는 적극 이용중입니다. 그렇기에 2명이라는 적은 인원에서 이 모든 것들을 빠르게 개발 할 수 있었죠.

종전 아이디어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나가는 과정에서 세상에는 새로운 서비스가 많이 나왔고 현재의 서비스는 모두 2명에서 개발 된것이죠.


커뮤니티의 룰을 존중해야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그 룰이 문제가 있다면 이의 제기하고 개선 하는 것 역시 그 커뮤니티가 해야할일 이라고 생각합니다.


EO가 아닌 ㅌㅇ이던 시절에는 자신이 "법을 바꾸었다"라고 자랑 처럼 얘기 하던 대표님 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은 왜 그런 분들이 없는 건가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보다 지분이 훨씬 적은, 몇차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분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자면, 회사가 성장하는 기간동안 다른 공동 창업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느리게 성장하는 자산에 관한 회의감은 안 드셨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시도하신 이유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살림담당님 처럼 내적동기 혹은 유사한 이유만으로 창업하기에는 risk는 크고, return은 너무 낮다고 생각하거든요.
1. 그럼 그투자자때문에 글쓴이님과 대표님의 의견이 나뉘어서 글쓴이님이 빠져나오게 되신건가요?자세한 내막이 궁금합니다!

2. 이따위 계약서로는 함께할수가 없다는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1.

정확히는 저는 주주간 계약을 하지 못 한다면 더 이상 참여하고싶지 않은거고, 대표는 여러 사정상 투자를 받고 싶어한거예요.

위약벌을 물지 않는 선택지들은

1. 어차피 원 계약상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몰래 계약하고 간다.
2. 주주간 계약을 알리고, 투자자가 위약벌을 물 수는 있지만, 투자는 포기한다.
3. 투자자 포함 원만한 합의로 저는 결별하고, 회사는 대표 혼자 계속 이어간다.

정도인데요.

이 중 3.을 선택한게 현재에요.


2.

개인적인 생각을 덫붙이면, 이미 PoC를 진행하고 있고, 몇몇 문제만 해결하면 개인XX 수준이지만 유료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죠.

쉽게 말 해 다 된 밥에 괜찮은 숫가락 하나 들고온 투자자가 지금까지 밥상 준비한 저를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앞으로 집의 주인이나 반찬(BM)이 바뀔수 있다는 기우를 걱정하고 있죠.

한마디로 사실상 투자자는 low risk를 원하고 있는거예요.


투자자는 저를 일종의 도구 처럼 취급하고 있는것임과 동시에, 언제든 물 수 있는 똥개처럼 보고 있는거나 다름 없죠. "원래 그렇다"라는식의 형편없는 주장을 하면서요.

투자자는 회사에서 필요 없을 때 언제든 저를 제거하고 싶어함과 동시에, 대표를 구매하면 같이오는 bundle 이어폰 취급하는거죠.


이렇게 느낀 이유는 간단해요. "무조건 안 된다.",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대표를 보고 투자한거지, 나는 아니다."라는 태도에요. 이건 한 마디로 공동창업자를 X 무시하는 행동이죠.


앞으로도 한국의 공동 창업자들이 돈은 돈대로 못 받으면서, 이런 취급을 받는다면 계속해서 영원히 한국에서 동업을 하는 사람은 없겠죠.

늘 Silcon Valley를 추구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기는 한국이야"라는 태도는 앞으로도 영원히 1+1=3을 추구하는 Silicon Valley의 발톱 때 만큼도 못 따라 갈것이 뻔해보여요.

한국에서는 그저 1일 뿐이니까요.
안녕하십니까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스타트업의 경영자로서 제 시선으로 몇가지 써보자 합니다.

1. 당신은 한국에서, 한국시장을 보고 창업했다.
한국의 상법, 상장시장상 메인 창업자가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창업하고 한국 VC를 만나는데 당연히 한국식 사고에 따라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게 싫으면 바로 글로벌 VC 에 어택해야죠.

2. 투자자의 요구는 전혀 과하지 않다.
투자자의 요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동창업자 또한 첫 창업으로 보이며, 영업을 조건으로 구주의 10%나 양도하는 말도안되는 계약은 제 후배 창업가라도 동일하게 말릴 것 같습니다(이거는 한국이 아니라도 과한 것 같습니다.)
시드기의 투자는 트랙션 보다는 거의 창업멤버를 보고 이뤄집니다. 따라서 학력 및 경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계약을 하는 것 자체가 창업자에 대한 평가절하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이기 때문)

투자는 리스크 테이킹이 원칙이지만, 틀린것을 행하는 것이 리스크를 취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제 견해로는 해당 계약서는 한국 투자 자체를 블로킹하는 잘못된 계약의 형태로 보입니다.

3. 본인에 대한 객관화
역으로 생각해봤을 때 본인이 대체 불가능한 인재인가? 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합니다.
더욱 뛰어난 개발자가 자금조달후에는 들어올텐데, 초기멤버라는 이유로 대량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팀에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CEO라면 어느정도 대체 불가능한 영역임에 비해 CTO 등의 개발 직군은 초기에 들어온 멤버가 성장에 의해 오히려 기여도가 낮아지거나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더 뛰어난 멤버가 들어오기에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정도 지분을 가지고 싶다는 말은 상장시까지의 CTO 역할 또는 이에 준하는 엄청난 기여를 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더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정도로 끝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본질을 보면 좋은 판단이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본질이라 함은 한국 투자자들이 그런 시선을 가지게 된 것에는 수많은 선례들이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를 조사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면 충분히 좋은 스타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1.
네, 한국에서 창업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을 타겟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시장만으로는 너무 작아서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대표의 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는 단지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실제로 해외 진출도 계속해서 고민했고요.

한국의 상법, 상장 시장에서 메인 창업자가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셨는데 대체 누구에게 유리한 것인가요? 대표? 회사? 아니면 투자자인가요?

최근 한국 상법 개정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유는 간단하죠. Korea discount.

한국의 주가지수는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고, 기업이 아닌 소수의 대주주를 위한 결정이 그 외 개인 투자자, 더 나아가 사회 전체에 손해가 막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일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들을 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문제를 보고도, 문제를 직시하기는커녕 "원래 그런 거야"라는 식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워요.

경영자이라 하셨으니, 창업자는 아니신건가요?

그리고 사실 해외 투자자 YC batch에 지원한 적도 있어요.

물론 떨어졌죠. 떨어진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공동 창업자의 낮은 지분이 한 몫했을지도 모르죠.

2.
말도 안 되는 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고요. 10%를 주는 이유는 애초 저의 지분이 낮았기 때문이죠. "창업자에 대한 평가절하의 원인"에서 창업자와 공동 창업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 같네요.

3.
세상에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있나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경영자이신 본인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겨우 Seed 투자를 받는 저희에게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 합류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글에도 적었지만, 대표는 바보라서 저에게 저런 계약을 제안하고 응했을까요? CTO인 저에게 굳이 영업으로 계약을 이루어진 이유는 초기 영업이 거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모르는 대표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져가야 할 정도의 대체 불가능한 인재인가요?

투자자에게 저희(이제는 아닌) 기업은 실패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투자 실패 기업 중 하나이겠지만, 개인에게는 인생에 중대한 타격이 될 수도 있는 것에 4개월을 제외하고는 무임금으로 2년 넘는 기간을 투자했어요.
개인적으로 2년동안 건강이 꽤 나빠질 정도로요.

이 기간에만 10명 가까운 인물이 예창 단계에서 나갔고요.

그리고 이 계약에 응했다면 또 까마득한 기간동안 최저시급도 못 받으면서 일을 해야겠죠. 정말 뛰어난 사람이 이렇게 들어올까요?

앞뒤 맥락도 없이 묻지마 반대하는 것 그 자체가 대표에 대한 무시와 "내가 더 잘 알아"라는 선민 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 보여요.

앞으로도 대화와 타협 그리고 협상은 없을것이 뻔해 보이는 대응이죠.


스타트업에 대한 한국의 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한국에서 삼성, SK, 현대, LG와 같은 반세기도 더 전에 창업됐던 글로벌 대기업은 더 이상은 나오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단순 상법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본질은 묻지마 반대가아닌, 문제를 찾고 개선하고, 방지하는 시스템은 만드는거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이 한다고, 이전에도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라면, 대부분의 기업이 망할것이고, 이전의 문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개선하지 못하겠네요.

이런 논리이면 스타트업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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