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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300만, 피해액 5조' 최악의 코인사기범?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은 ‘무한한 자유다. 그걸 누리는 대신에 그에 따른 무한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일어나는 사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블록체인을 통해 자유를 누리려면 규제 뿐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이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럴 수 있도록 올바른 지식과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기의 유형들을 알아보면서 암호화폐 투자를 하기 전에 한 번쯤 다시 의심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한다.

>>> [암호화폐 스캠 유형 바로 알기] 첫 번째 글 보러 가기 (클릭)

 

4. 다단계 사기 유형(Pyramid Scheme)

다단계 사기 유형은 상품의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아보라고 권유하여 하위 회원으로 만들고, 하위 회원의 판매 수익금을 일부 분배 받는 방식이다. 하위 회원을 계속 늘려나가면서 수익률을 늘려가는 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단계 회사가 쓸모없는 물건을 판매할 경우 대부분의 수익이 회원 모집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사기가 되지만, 쓸모 있는 물건을 판매한다면 수익이 외부 구매자로부터 나오게 되므로 MLM(Multi-Level Marketing)이라고 불리는 합법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코인은 보통 쓸모가 없기 때문에 MLM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면 다단계 사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다단계 사기는 하위 회원을 지속해서 모집해야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폰지 사기와 유형이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암호화폐 씬에서 가장 유명했던 다단계 사기 사건 중 하나는 ‘암호화폐 여왕’(cryptoqueen)으로 불리던 루자 이그나토바(Ruja Plamenova Ignatova)가 2014년에 만들었던 원코인(OneCoin)이다.

루자 박사는 옥스퍼드 대학 졸업 후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맥킨지에서 일했던 수재였다. 루자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부패했는지, 은행과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하대하고 기만하는지, 전 세계 극빈층이 어떻게 금융에서 소외됐는지 등을 설명하며 원코인을 통해 금융 시장 전체를 바꾸고 금융 민주화를 이루어 비트코인 킬러(?)가 되겠다는 큰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커리어와 큰 비전을 믿었고, 글로벌 여성 리더로서 활동하는 그녀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잘 되길 바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원코인을 획득하는 방법은 코인을 직접 사는 게 아니라 100유로에서 22만 5천5백 유로에 달하는 블록체인 교육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원코인이 코인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교육 패키지를 판매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다단계를 더욱더 합법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두 번째는 원코인이 사실 블록체인 기술 없이 장부상 거래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묘하게도 코인 직접 판매보다 패키지를 판매하는 형태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더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암호화폐 지갑 키 분실이나 해킹 등에 대비해 까다로운 키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또한, 다단계 사기 답게 패키지를 구입한 회원이 신입 회원을 데려올 때마다 본인 투자금의 10% 이상을 원코인으로 돌려줬고, 데려온 회원이 또 다른 신입 회원을 데려오면 그가 번 돈의 일부를 추가로 지급했다. 

이렇게 받은 원코인으로 추가적인 원코인을 채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코인을 계속해서 모으고 채굴하려고 했다. 사돈에 팔촌까지 온갖 지인들을 다 데려와서 원코인에 투자하게 했다. 

원코인은 원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는 거래소인 엑스코인엑스(xcoinx)와 온라인 쇼핑몰인 딜셰이커(DealShaker)를 운영했지만 신입 회원의 유입량이 줄어들자 코인을 현금으로 바꿔줄 수 없게 됐고, 결국 엑스코인엑스의 운영을 중단하며 파국의 길로 들어섰다. 원코인을 현금화할 수 없으니 당연히 딜셰이커도 망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내부 고발자가 등장했으며 FBI에서 수배를 내리고 수사를 시작했다. 원코인이 피해액 40억 달러, 한화로 약 5조 원에 달하는 다단계 및 폰지사기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때쯤 루자 박사는 종적을 감추고 아직까지 수배 중이다. 

루자는 2016년 영국의 윔블리 아레나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원코인을 홍보하기도 했는데(영상), 같은 내용으로 2023년인 지금 강연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해서 당시 사람들이 깜박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록체인 기술과 생태계가 해결한 문제가 이렇게도 없나 싶은 생각에 조금 슬프기도 하다.

 

OneCoin: The Bitcoin Killer 캡쳐

 

5. 코칭 사기 유형(Coaching Scheme)

코칭 사기 유형은 큰돈을 벌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하는 강의를 판매하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보통 코인이나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사람이 톰브라운 티셔츠를 입고(!) 페라리를 타고(!) 한강이 보이는 저택에서 자신이 알려주는 비법을 숙지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법 전수 강의는 대개 만족스럽지 못하고 점차 더 비싼 수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개중에는 정말 찐 비법을 알려주는 강의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기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사기 유형은 보통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패턴을 사용한다.

1. 황홀한 보장 (Fantastic Promise)

실패의 확률이 낮은 아주 효과적이고 간단한 방법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유혹한다.

2. 혹하는 이야기 (Compelling story)

판매자가 이전에는 무일푼이었고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3. 사회적 증거 제공 (Social proof)

강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자의 강의를 듣고 성공했다는 구매자들의 간증이 등장한다.

4. 긴박감 조성 (Sense of urgency)

소수 정예로 모집하기 때문에 늦기 전에 신청하라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를 일으킨다.

암호화폐는 24시간 거래 가능하고 각 거래소에서 API를 잘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시스템 트레이딩, 즉 퀀트(quant) 트레이딩을 하기 유리하다. 그래서 한동안 퀀트를 알려주는 강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퀀트로 돈을 벌려면 트레이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이상 패턴, 즉 알파(alpha)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알파를 찾아내서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빠르게 주문을 넣는 초고속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렇듯이) 퀀트는 아주 매력적인 분야이고 잘만 한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인이 강의 하나 들어서 수익을 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을 속인다면 그것은 코칭 사기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코칭 사기 유형에서 사용하는 패턴들은 알고 보면 MLM처럼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기법들과 동일하다. 즉, 강의의 퀄리티가 높으면 마케팅이 되고 낮으면 사기가 된다. 같은 강의라도 사람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기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다른 사기들에 비해서 피해액도 크지 않기 때문에 코칭 사기 유형은 기분 나쁜 정도에서 끝나는 순한 맛 사기(!!)라고 볼 수 있다.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종적을 감춘 쿼드리가CX의 창업자 제럴드 코튼

 

지금까지 대표적인 사기 유형들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사기들은 보통 큰 변화의 순간에 주변에서 돈을 번 사람이 많아질 때 활개를 친다. 맥그레거가 포야이스를 지어냈을 당시 영국은 산업 혁명과 해외 진출로 부자들이 생겨나던 시기였고, 맥아피가 버지코인을 쉴링했을 때도 수많은 알트코인들의 가격이 올라 코인 부자들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메이도프는 (명성을 이용해 워낙 오랫동안 사기를 쳐와서 그 시기가 불분명하지만) 나스닥이 등장해 주식 거래를 컴퓨터로 할 수 있게 된 것이 출발점이었고, 비트커넥트와 원코인이 흥행하던 시기 역시 비트코인의 가격이 크게 올라 비트코인 부자들이 생겨나던 시기였다.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판단력이 흐려졌을 때 사기꾼이 등장해서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이면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그렇게 사기를 당하고 나면 큰 수치심과 죄책감이 들기 때문에 주변에 알리는 것을 꺼려해서 사기의 전말이나 피해액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FTX 거래소에서 회계부정 및 횡령/배임 사건이 발생하여 유보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가 많았지만 탈중앙화를 옹호하는 암호화폐 투자자가 중앙화된 거래소를 믿어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매우 수치스럽기도 하거나와 현타가 오기 때문에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암호화폐 씬에서는 FTX 이전에도 거래소와 관련된 문제가 많았는데, 2018년 창업자인 제럴드 코튼(Gerald W. Cotten)이 사망하면서 (시신은 찾을 수 없었지만) 투자금을 찾을 수 없게 되어 파산한 쿼드리가CX(QuadrigaCX)부터 계속된 코인 도난 사건으로 파산한 마운트곡스(Mt. Gox), 채굴형 거래소를 만들어 흥행시켰다가 망한 에프코인(FCoin) 등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물론 이들이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사기를 치려고 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크립토 씬에 너무나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탈중앙화시켜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중앙화시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때 사기나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프로젝트 팀이나 거래소처럼 중앙화된 부분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제도가 안착돼야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블록체인을 떠올렸을 때 사기(scam)가 아닌 사기(buy)가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글은 저의 브런치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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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슈퍼블록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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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유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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