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티클에서는 ‘써클(Circle)’의 공동창업자이 시드 야다브(Sid Yadav) 대표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Circle은 크리에이터 및 브랜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어도비(Adobe), 허브스팟(Hubspot), 깃허브(GitHub), 티처블(Teachable) 등으로부터 3천만 달러(약 420억 원)를 투자받았어요. 2023년에는 약 4100만 명의 활성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55만 건의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했으며 2만 4천 개의 온라인 교육 과정을 호스팅했습니다.
온라인 지식공유 플랫폼 Teachable의 창업팀 출신 실력자 3명이 공동창업한 Circle은 현재 90명 넘는 조직이 되었습니다. 출시 후 처음 1년 동안은 공동창업자 3명이 약 천 번의 데모를 했고 첫 200명의 크리에이터와는 개인 전화번호를 공유해 직접 소통해가며 플랫폼을 이만큼 키웠다는데요. Circle이 초기에 고객의 진정한 니즈를 어떻게 확인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크리에이터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는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드 야다브(Sid Yadav)입니다. ‘써클(Circl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입니다. 써클은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들을 위한 올인원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들은 써클에서 커뮤니티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벤트를 운영하고, 강좌를 개설하며, 콘텐츠를 한 곳에서 발행할 수 있습니다.
써클은 2019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베타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는 아무 것도 없는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는데, 1년 만에 ARR(Annual Recurring Revenue)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3개월 동안에는 ARR이 1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약 56억 원)까지 늘었습니다. 올해에도 2배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0살이 되던 해, 저는 부모님을 따라 인도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습니다. 부모님은 당시 뉴질랜드에 마땅한 직업도, 연고도 없었지만 오로지 저희 형제에게 더 나은 인생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내향인으로 변해갔어요. 인도에서는 늘 나가 놀만큼 사교적인 성격이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이 중고품 할인 상점에서 컴퓨터를 5달러에 사오셨어요. 이때부터 저는 컴퓨터만 붙잡고 지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다양한 웹사이트를 만들며 놀았죠. 그러다 12살 때쯤 코딩을 배웠습니다. 미국에는 온갖 기술 회사가 다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2004년, 제가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IT 업계가 한창 활발하던 시기였습니다. 페이스북이 막 출시됐고 2주~3주마다 어마어마한 서비스들이 출시됐어요. 그때 유튜브 창립자들과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부터 저는 활발한 유저이자 팬이었는데요. 그래서 블로거로서 창립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때 제가 15살 정도였는데 그들은 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유튜브 창업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코딩을 시작했고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죠. 다만 미국 실리콘 밸리가 굉장한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저는 이후에도 블로거로서 꾸준히, 격주로 유튜브의 새로운 기능들과 제품의 진화 과정을 글로 썼습니다. 다른 수십 개의 회사에 관해서도 그랬고요.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IT 업계는 6개월, 12개월마다 큰 변화가 생기고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는구나’
이때부터 창업가가 될 꿈을 품었고, 언젠가 미국에 가서 이를 실현시키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16살 때 실리콘 밸리에 사는 먼 친척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했어요. 사실 당시 그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는 친절하게도 저를 공항까지 마중 나와 주었고 구글 본사도 구경시켜줬어요. 이렇게 처음 실리콘 밸리를 경험하고 나서, 저는 황홀함에 정신이 반쯤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약 5년 후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대학 학부 학위를 땄을 때쯤 뉴욕에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욕에 살던 또 다른 사촌과 한 달 정도 함께 지냈어요. 제 사촌은 그때 한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저를 회사에 소개해 주었습니다. 마침 그들은 첫 번째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고 저에게 일자리를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일하게 된 첫 번째 스타트업에서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시드 단계 스타트업이었는데요. 그때 1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해서 회사가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단순히 투자를 받는 것이 끝이 아니라, 성장하고 지표를 보여줄 수 있는 진짜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도요.
이를 알 리 없었던 저는 그때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무작정 열심히 했어요. 주당 80시간을, 온힘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 스타트업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생각할 때쯤 티처블(Teachable)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사실 면접 과정에서 제가 이미 구성원이 돼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을 만큼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에듀테크 시장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채용이 됐어요. 그리고 저는 창업가가 되기 전, 여기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온라인 강사들이 교육 코스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주는 서비스 ‘티처블 스페이스(Teachable Space)'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서비스가 이렇게 성장할 줄 몰랐어요. (저의 경험 중 적어도) 이번에는 제가 몸담은 회사가 성장했고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을 수 있었죠.
티처블에서 제 역할은 6개월마다 바뀌었습니다. 합류할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고 차석 또는 차차석 엔지니어 역할을 했습니다. 6개월 이후 회사에 엔지니어가 늘어나서 저는 수석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에 집중했어요. 다음 6개월 후에는 PM으로 승진했고요. 당시에는 제품 관리에 관해서 잘 몰랐는데 팀원들은 그런 저를 신뢰해 주었습니다.
저도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PM이 된 뒤 저는 매주 뉴욕의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두 세 명의 제품 리더들과 커피챗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콜드 메일을 보내서 만나자고 요청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방금 인생 처음으로 PM이 되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좋을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요. 당신과 이야기 나누며 배우고 싶습니다”
그들이 기꺼이 응해준 덕분에 커피챗을 통해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었어요.
티처블에서 처음으로 매니저, 부사장 등 리더 역할을 맡으면서 실수도 많았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저의 모든 근육을 제대로 써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위험도가 높은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게 됐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일을 완성해 내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티처블에서의 경험은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첫째, 크리에이터 업계를 발견했고 이 분야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 둘째, 인간으로서, 매니저로서, 리더로서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사실 2014년에는 아무도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2019년에 티처블을 떠나고 나서야 온라인 강사들을 크리에이터로 불렀죠. (명칭이 어떠했든) 저는 크리에이터 분야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공동창업자 2명과 손을 잡았습니다. 티처블 때부터 이 동료들을 알았고 지금은 약 10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때 저는 누구와 회사를 만들어 나갈지, 어떤 분야에서 사업할지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많은 크리에이터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에게 비즈니스를 빌딩해 가는 일상은 어떤지, 그들이 노리는 기회는 무엇인지, 이 과정에서 만약 제품이 있다면 풀 수 있을 만한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우리의 고객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이렇게 많은 질문을 던진 결과 ‘파편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지금의 커뮤니티 서비스들이 의도와 다르게 파편화돼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독일어 강사 유튜버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과정을 제공하며 슬랙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와 슬랙 커뮤니티가 완전히 단절돼 있어서 같이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커뮤니티가 서비스와 단절되는 경험이 상당히 많으며, 따라서 이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Circle의 초기 목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온라인 교육 과정을 제공하며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단순히 서로 채팅하는 경험 뿐만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Circle 관련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목업(mockups) 서비스를 만들어서 크리에이터들에게 선보였을 때 그들은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식 제품을 개발하기도 전에 유료로 쓰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Circle을 빌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로 마음 먹은 지 3개월 만에 첫 번째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산타모니카에 에어비앤비를 잡고, 공동창업자 셋이 합숙하며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든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인맥을 활용해서 이 서비스를 한 명 한 명에게 선보였습니다.
다행히 많은 이들이 Circle을 좋아해 주었습니다. 특히 저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모두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이상적인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자부합니다. Circle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코드 한 줄도 허투루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첫 번째 고객과 첫 열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후 첫 천 명의 고객까지도 저를 포함한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직접 판매했고 온보딩을 진행했습니다. 다시 말해, Circle을 출시한 첫 해에는 제가 직접 천 개의 데모를 했고 피드백을 수집했습니다. 고객들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유심히 관찰했고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Circle 출시 후 제품을 개선하고 진화시키기 위해 저는 매일 반나절씩 수집한 피드백들을 적용하기 위해 코딩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용자들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서비스가 훨씬 더 좋아졌으니 다시 써보실래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기존 고객들에게는 피드백을 정말 많이 요청했습니다.
첫 200명의 고객은 모두 저의 개인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서 언제든지 피드백 문자를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또 다수의 고객과 슬랙으로 소통해서, 구체적인 의견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선 및 개발 반복 주기가 상당히 빨랐죠.
이 과정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고객이 Circle에 온보딩하고 셋팅을 할 때 더이상 저희 공동창업자들의 데모가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들이 Circle의 웹사이트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직접 설정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지원 요청을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는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습니다. 개발에 착수한 지 약 9개월만이었습니다. 그동안 Circle을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수천 명의 대기자가 생겨서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었습니다. 초기 커뮤니티 빌더 상당수가 Circle에 관해 소문을 냈고 덕분에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결과 Circle은 출시 후 3개월 만에 ARR 0달러에서 100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저는 늘 스스로를 제너럴리스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였기보다는 말이죠.) 저는 블로그 작가로 일을 시작했고 엔지니어, 디자이너, PM을 거쳐 지금은 CEO가 됐습니다.
그래서 젊은 창업가들에게는 무엇보다 호기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시작합니다. 무엇에 관심이 있나요? 열정이나 꿈을 갖기 전, 무엇을 더 알아보고 싶나요? 여러분의 호기심을 진정으로 탐구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특정 한 분야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무언가를 시작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여러분이 해당 분야에 아직 능숙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글쓰기나 코딩을 시작할 때 바로 다 잘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계속 경험을 하고 배워 나가면서 여러분의 실력은 훨씬 향상될 것입니다. 스스로도 이를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장기적인 시각을 지녀야 합니다. 여러분의 여정을 무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보세요. 하룻밤 사이에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분야에 능숙해지려면 만 시간, 2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다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하고, 무언가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말 어떤 분야를 궁금해 한다면 모든 단계, 단계마다 호기심이 동기 부여를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여정은 쭉 뻗은 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길일 것입니다.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을 마주할 때도 있겠지요.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막막한 순간도 있을 테고요.
창업가들은 (좌절하지 않고) 때로 이 순간들을 그저 참고 견디며,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그렇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운동선수, 배우, 창업가들은 위기와 장애물들을 뛰어넘고 인간으로서 계속 성장해 나갑니다.
그 여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표는 크게 상관 없습니다. 사실 목적지란 없음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장기적인 여정을 가고 있습니다. 창업과 사업을 단순히 무언가를 빨리 습득하고 돈을 많이 벌어 은퇴하는 것으로 보는 대신, 장기적인 과정으로 본다면 우리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로 베이스에서 ARR 400만 달러, 기업 가치 2억 5천만 달러를 달성한 크리에이터 플랫폼 Circle의 창업자 시드 야다브(Sid Yadav) CEO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 장혜림 에디터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