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B 03 - <7가지 코드>
아래 글은 2024년 11월 13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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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트렌드라이트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단위 경제학을 아시나요?
최근 들어 "의도된 적자"라는 개념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흑자생존"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초기 적자를 감수하고 성장하는 전략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확장보다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죠. 그렇다면 '의도된 적자'는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전략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닐 메타 외 두 명이 쓴 저서 <7가지 코드>의 '단위 경제학' 개념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PM이나 PO가 알아야 할 7가지 주요 분야 중 두 번째 코드로 '경제학'을 다루며, 특히 '단위 경제학(Unit Economics)'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단위 경제학이란 보통 한 개의 최소 단위 상품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을 분석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그러나 <7가지 코드>에서는 이를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의 '의도된 적자' 전략이 어떻게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 초기 적자를 감수한 스타트업들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7가지 코드>에 따르면, 온라인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제조업과 달리 한계비용이 낮다는 점입니다. 한계비용이란 제품을 추가로 하나 더 판매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말하는데요. 온라인에서는 이 한계비용이 낮아,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급격한 수익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고객 기반을 구축하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도 온라인 비즈니스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거죠. 반면, 제조업은 한계비용이 크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해도 생산 확대에 드는 비용이 커서 성장의 한계가 명확해 보였고요.
이러한 이유로 많은 온라인 기업들은 트래픽과 매출 성장에 중점을 두며 공격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업가치 또한 수익성과 상관없이 GMV(총 상품 거래액)로 평가되기도 했고요.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할 때의 초기 고정비가 높지만 한계 비용은 낮으니, 의도된 적자로 빠른 성장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팬데믹 동안 급성장했던 온라인 수요가 안정화되면서 과열됐던 수요가 줄어들었고요. 금융시장의 유동성 축소로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에는 트래픽 성장이 빠른 기업에 자금이 몰렸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죠.
특히 GMV 중심의 외형 성장만을 추구하면서 내실을 다지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가 끊기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생존이 어려워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이 생각했던 것과 현실은 달랐는데요. 초기에만 의도된 적자가 이어지면 추후 단위당 고정비는 낮아진다고 봤지만, 현실은 기능 개발 경쟁이 지속되면서 고정비가 증가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고요. 특히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지 못해, 투자받은 돈을 고정비가 아닌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여 성장을 유지하는 곳들이 많았는데요. 이는 결국 의도된 적자의 원래 의도와는 달랐기에, 투자가 끊기고 마케팅 투자가 줄어들자, 이들은 대부분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트래픽마저 잃어버리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투자에 의존하는 성장에서 벗어나,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진 겁니다.
쿠팡의 성공, 운이 아니었습니다
'의도된 적자'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주 언급되는 쿠팡, 그들의 성공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걸까요? 투자 환경이 좋았던 시기에 IP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쿠팡의 성공은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온라인 비즈니스의 단위 경제학 성격을 벗어나 있던 치밀한 전략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보통 온라인 비즈니스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후에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도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구조를 가집니다. 하지만 쿠팡은 조금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각 지역에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는데, 이를 위해 고정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였습니다. 물류 인프라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서버를 늘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며,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죠. 특히, 쿠팡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리테일 모델도 운영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 비해 고정비 부담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도록 물류센터 물동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PB상품을 개발해 자체 물동량을 늘리고,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출시하여 외부 판매자들도 이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죠. 또한 배송 인력을 긱 이코노미 형태로 활용하여 빠르게 물동량을 증가시켰습니다. 이렇게 물류 인프라가 안정되면서 단위당 배송 비용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쿠팡은 단순히 저비용-고확장성에만 의존하지 않았고, 물류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고정비를 줄이며 효율적인 단위 경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쿠팡은 일반적인 온라인 사업과는 달리 물류와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여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낸 좋은 사례입니다. 의도된 적자 기간 동안 물류센터와 PB상품을 통해 더 탄탄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죠. 규모의 경제가 한계 비용을 낮추는 장치였기에, 후발 주자들은 이를 따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쌓아가고 있고요.
과거처럼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던 시기는 지났지만, 온라인 비즈니스의 단위 경제 특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쿠팡의 사례는 단순히 시기를 잘 만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자신들의 단위 경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투자가 줄어든 지금 같은 환경에서도 이러한 전략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글쓴이 소개 - 도그냥]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 👉도그냥님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 편집/윤문 | 기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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