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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의 방법!

3줄 요약

  •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능력이다.            
  • 창의력의 시작은 '편집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다.            
  • '편집 가능성'은 실제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할까?  

 

목차             

  • 한국 학생은 노트, 독일 학생은 카드            
  • 창의력 방법론            
  •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명확한 정의에서 시작            
  • '풀무원 모바일 커머스' 프로젝트 제안 시 제안한 아이디어             
  • 마치며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능력이다. 새로운 프로젝트 작업에서 창의력은 굉장히 중요한 힘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창의력은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직관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좋은 아이디어는 항상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할 때 비로소 창의력이 발현된다.

 

그렇다면 창의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고 또 만들 수 있을까? 창의력도 노력에 의해 또 연습에 의해 그 능력이 올라갈 수 있다. 창의력 없는 아이디어에는 공통된 점이 있는데 대부분 맨땅에서 고민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배경에서 고민은 무의미하다. 아이디어는 발견이며 발견의 연결이다. 발견하는 방법은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디어 발견을 위한 방법론을 소재하고자 한다. 실무에서 아이데이션 중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카드 소팅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을 때다. 카드 소팅 방법론은 어떻게 창의력 기반의 아이디어로 연결될까? 카드 소팅 방법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창의력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자.

 

 

창의력의 시작
'편집 가능성'

 

 

 

한국 학생은 노트, 독일 학생은 카드

[김정운의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 중에서]

도서관에서 독일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양을 자세히 살펴봤다. 특별한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작은 카드에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학교 앞, 노점상들도 다양한 크기의 카드를 팔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카드를 정리하는 알파벳이 순서대로 적혀 있는 다양한 모양의 상자도 팔고 있었다. 나무·가죽·플라스틱 등 종류도 다양했다.

포스트잇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독일 학생들은 책상 위에 공부하며 요약한 카드와 그 카드를 정리하는 카드 박스를 꼭 두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여전히 노트를 썼다. 노트와 카드.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아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편집 가능성’이다. 카드는 다양한 편집이 가능한 반면 노트는 편집이 불가능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독일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이 ‘편집 가능성’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프로이트의 책을 읽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을 카드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리한다. 가장 위에는 키워드를 적고 그 밑에는 연관된 개념(오늘날 인터넷의 연관 검색어에 해당), 출처, 날짜 등을 차례로 적는다. 그리고 카드 한 장의 앞·뒷장에 그 내용을 요약한다. 피아제, 비고츠키, 융과 같은 심리학자의 책을 읽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해 나간다. 모인 카드는 알파벳순으로 정리한다. 여기까지는 노트 정리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번잡스럽다. 정리하고 외우는 양을 따지면 독일 학생들의 학습량은 한국 학생들에게 상대도 안 된다. 독일 역사, 유럽 문화 전반에 관해서도 한국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안다. 그러나 그다음 단계부터 차이가 난다.

 

독일 학생들은 모인 카드를 자신의 개념에 따라 재정리한다. 예를 들어, ‘발달’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프로이트, 피아제, 비고츠키, 융의 이론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다시 정리한다. 그저 알파벳순으로 정리하는 게 아니다.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카드를 재정리한다. 새로운 카드 정리의 내적 일관성이 바로 자신의 이론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노트를 보며 달달 외울 때, 그들은 자신의 카드 목록을 재구성하며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창의력의 방법론

앞에서 김정운 교수가 설명한 독일의 카드 기록 방식은 디자인에서 아이데이션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카드(키워드) 소팅의 방법론과 많은 부분 유사하다. 내가 실무에서 활용하는 카드 소팅은 디자인 목적에 맞는 키워드를 도출하고 각각의 키워드를 카테고리화해 각 카테고리마다 유의미가 있는 키워드를 연결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게 바로 김정운 교수가 말하는 '편집 가능성'이다.

카드 소팅은 키워드와 키워드 연결이 쉽다

또 디지털 제품에서 카드 소팅(Card Sorting)은 정보 구조 설계,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에서 중요한 방법론 중 하나이다. 이 방법론은 사용자가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또는 기타 디지털 제품의 정보 구조를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카드 소팅의 방법론은 아이디어를 찾고 구체화하는데 많은 프로젝트에서 유용하다. 실제로 내가 실무에서 적용한 예를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명확한 정의에서 시작

나는 카드 소팅으로 편집 가능성을 도출하기 전에 먼저 하는 작업이 있다. RFP(Request for Proposal)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 RFP는 프로젝트나 서비스에 대한 제안을 요청하는 문서로, 주로 기업이나 기관이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사용된다. RFP는 프로젝트의 요구 사항, 범위, 목표, 예산 등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급업체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서를 받기 위한 중요한 문서이다. RFP는 프로젝트 배경과 목표가 명확하고 상세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문서다. 간혹 RFP가 없을 경우나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통해 구체적인 프로젝트 배경과 목표를 파악한다. RFP는 형식화된 문서로 이해해도 상관없고 클라이언트와 구두로 논의해도 상관없다. 다만 구두로 논의한 경우 의식화된 문서로 작성 후 클라이언트와 최종 협의하는 것이 좋다.

 

 

 

RFP를 토대로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 그리고 기대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배경            

목표            

기대효과            

 

'배경'은 프로젝트를 왜 진행하는지 'why'의 의미를 지닌다. 배경을 알아야 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없다. '목표'는 배경을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또 배경에 기반한 문제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기대효과'는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상황이다. 배경에 기반한 목표를 통해 해결된 문제를 통해 기대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위 세 가지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면 목표에 맞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어렵다. 아이데이션을 진행하기 전에 꼭 위 세 가지 사항을 정리하고 공유해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풀무원 모바일 커머스' 프로젝트 제안 시 제안한 아이디어

그렇다면 이런 창의력의 방법론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실제로 나는 앞에서 설명한 방법론을 기반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해 냈다. 수년 전에 풀무원의 모바일 커머스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풀무원은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트렌드에 맞춰 모바일 커머스 구축의 필요성을 느꼈고 모바일 커머스 채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1차 제안 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풀무원 브랜드를 관리하는 임원분께서 한 가지 미션을 더 요청하셨다. '풀무원 모바일 커머스'에서 풀무원의 브랜드를 강화해 달라는 미션이었다. 비주얼 부분에서 제품 이미지만 노출하지 말고 소비자가 제품의 접점을 상상할 수 있게 조리가 된 퀄리티 있는 이미지를 같이 노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풀무원의 임원분은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더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하셨다. 이때부터 그 임원분이 원하는 것이 브랜딩에 비주얼적인 부분만 요구하시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무원 모바일 커머스'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사용자 경험 관점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선 식품은 누가 구매할까?'로 다시 돌아갔다.

 

배경 : 1인 가구를 위한 풀무원 모바일 커머스의 브랜드 강화 필요            

목표 : 1인 가구 모바일 채널로서 사용자에게 풀무원의 브랜드 강화            

기대효과 : 풀무원 모바일 커머스 채널의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            

 

배경, 목표, 기대효과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배경은 내가 왜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문제고 목표는 그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대효과는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당시 UX 예산이 없던 나는 회사 내부 1인 가구 인원들을 상대로 리서치를 실시했다. 대부분 신선 식품의 이미지는 건강하고 신선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이 구매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리서치를 진행할 때 리서치 대상자들은 내가 무슨 의도로 질문을 하는지 모르게 했다. 리서치는 스몰토크 식으로 진행했다. 나는 리서치 후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카테고리로 구별해 키워드를 소팅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신선하다, 맛있다, 건강한 느낌이 든다 등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반대로 부정적인 부분은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량으로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버린 경험은 후에 재구매를 하지 않게 한다. 등 주로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유통기한 내 먹지 못해 버린 경험을 얘기했다. 나는 키워들을 소팅하면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문제는 유통기한

신선식품의 장점이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공이 적어 유통기한이 짧다. 하지만 신선도를 위해 유통기한이 짧은 것이 신선식품의 부정적인 부분이었다. 대부분 냉장고에 보관한 식품의 유통기한을 지나 버리게 됐던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많았다. 만약 이 부정적인 경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면 풀무원이라는 브랜드에 더 긍정적인 경험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부분을 어떻게 경험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나는 모바일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키워드로 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정적인 부분을 모바일의 기술로 방어할 수 있는지 키워드들을 연결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자 했다.

즉시성과 유통기한을 연결했다

모바일은 즉시성이란 기술이 있다. 바로 푸시 알림이라는 기능이다. 나는 유통기한을 푸시 알림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해 준다면 유통기한으로 인해 버리게 되는 경험을 조금은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시안을 제작했다.

유통기한 푸시 알림

이후 풀무원과 미팅 시 유통기한 푸시 알림 기능을 제안했다. 브랜드의 내부 기술 담당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추가 개발 이슈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진행할 수 없다는 답을 줬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지만 구현하지 못해 아쉽다는 답변을 했다. 아쉬웠지만 제안과 고민에 만족했고 브랜드 임원분은 더 이상 아이디어를 요구하지 않으셨다.

 

 

 

창의력의 방법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불현듯 떠오르지 않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발견이고 연결이다. 나는 어이디어의 발견과 연결을 위해 카드 소팅이라는 방법론을 적극 권장한다. 이 방법의 활용도는 무한하다. 서비스 전략 또 비주얼 전략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한 번의 시도로 원하는 창의적인 아이디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고민한다면 충분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할 거라 확신한다. 나는 지금도 이 방법론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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