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커리어 #기타
그래도 스타트업 _ 그곳에 내 아이디어는 없었다


때는 기름때가 묻어나는 서울 충무로, 2010년의 어느 날.

 

오늘도 하루 종일 윤활유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인쇄기는 쉼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그 소리는 내 귀에는 작은 보청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달팽이관을 따라 뇌 속을 울리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크게 한다. 공장장님은 언제나 기계소리에 목소리가 파묻히지 않도록 우렁차게 말씀하신다.

 

"야야 이거 오늘까지 나가야 한담서! 그런데 그렇게 시안만 만들고, 밍기적 거려야 쓰것냐?"

 

 

(당시 노트에는 아이디어만 있었다)

 

 

당시 내 나이 25살, 누구나 지나가는 반 오십이지만 그냥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오늘도 시안을 몇 개씩이나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메일에 첨부된 클라이언트의 지시사항대로 제작물이 만들어질 뿐.. 그 안에 내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도 역시

 

"디자이너님 죄송한데 그냥 처음 요청한 사항으로 할게요."

 

편집 디자이너로 다니던 공장과 50m 거리에 있던, 명절에 당당히 자랑하고 싶은 대기업 사원의 한 마디였다. 딱히 말에 영혼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날도 역시

 

나의 아이디어는 작은 수첩 속에 잠이 들었다.

 

 

 

 

그렇게 동기부여가 상실되던 중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 년 뒤 분명 지금의 삶을 만족하다 공장장님의 고함소리에 보청기를 맞추러 갈 태세였다. 당시 나의 학벌과 경험으로는 (가슴 한편 희망하던) 종합광고대행사는 물론 '갑을병정'의 '을'인 회사조차 절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자 용훈아. 카트라이더로 비유했을 때 넌 부스터도 아이템도 없어. 남들은 PC방 유료카 라고 한다면 넌 그냥 연습용 차량이야. 하지만 지름길을 찾고, 그 지름길을 부딪히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실력만 있다면 분명 결과가 달라질 거야."

 

무슨 패기였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상황에도 오글거린다. 다만 남들보다 뒤처졌기에 지름길을 찾기 위한 작은 도전들을 시작했다. 정확한 답도 없었기에 닥치는 대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주일에 한 개씩 광고를 만들기로 나와 약속했다. 그러다 운 좋게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다.

 

 

 

(대상 받았는데 혼자 후드티 입고 왔다 (가운데))

 

 

회사 안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밖에서 만들며 나만의 지름길을 만들었다. 상도 타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생각하니 몇 개월은 흥겨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과연 이게 맞을까?" 닥치는 대로 했지만 전략도 없었고, 방향을 잃은 난파선 같았다.

 

혹시 원피스에 나오는 루피라는 캐릭터를 아는가? (뽀로로 루피 말고) 실리보단 꿈을 위해 명분에 움직이는 전형적인 ENFP 성향으로 오로지 원피스라는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이다. 어릴 적 만화책을 보며 동기부여를 얻은 나에게 인생의 전략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이거다 싶은 건 무작정 도전해 보기로 했고, 마음 한편 이런 다짐을 새기며

 

두고 보자. 언제가 내 광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불과 몇 달 뒤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현재_

2024년의 어디쯤. 오늘도 파트너사의 데이터를 뜯어보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나름의 방법론을 활용하며 솔루션을 찾아 나선다. 방법은 어딘가에 있다. 다만 아직 내가 찾지 못했을 뿐. 어딘가 숨어 있는 방법을 뇌 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며 오늘도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

 

 

그곳에 내 아이디어는 없었다. 하지만 답은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더 자세한 내용은 '마케터 김용훈' 검색

www.levigrow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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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소장 김용훈그로스연구소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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