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실제 제품이 없으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빠른 검증을 할 수 있을까요?
🤦♂️ ‘1년째 MVP를 만들고 있다고? 님 그거 MVP 아님.’
물론 오래 걸렸다고 해서 MVP가 아니란 법은 없습니다.
(엄청 간단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하루에 10분씩만 만든다면... 🤡)
하지만 제가 봐도 제가 만들고 있는 건 MVP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MVP를 만드는 게 가능한 경우가 있고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서비스의 경우 수요 검증을 위해 수작업을 통해서라도 핵심 가치를 전달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앱/프로그램이 핵심이 되는 서비스의 경우는 참 아이디어 검증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여름, '창업형 인간되기'라는 강좌의 세미나에서 제가 비슷한 질문을 했었습니다.
Q: '카카오톡 오픈채팅처럼 동작하는 제품이 있어야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빠른 가설 검증을 어떻게 하나요?'
A: ‘그런 사업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확실히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고 최소한의 리소스를 투자해서 검증을 하고 싶으면 앱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주캐가 개발자라서 그런지 제가 다른 분야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쉽지 않더군요.
개발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 눈에 보일텐데 말이죠.
어느 분야든지 제품을 잘 만들고 마케팅을 잘하면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일단 지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했던 5개의 프로젝트는 홍보를 전혀하지 않고 '좋은 제품은 언젠가 빛을 본다'는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개발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보를 하며 신사임당님의 '슈퍼노멀 프로세스'를 적용해보자고 마음 먹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 중에서도 특히나 소프트웨어 공학적인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향이 어디 가지 않더군요. 문제를 최대한 아름답게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하며 시간을 많이 허비했습니다.
경쟁앱 리뷰를 보면서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고 한 것도 어느새 목표를 향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문서 작성을 하며 제자리에서 발만 열심히 구르는 것으로 변질되어 있었습니다.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와서 보면, 그 때 나름 분석한다고 정리해둔 자료는 전혀 보지 않고 있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경쟁 분석한다고 썼던 시간을 버린 것이죠.
이번 달에 앱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내가 1년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을 다르게 진행해볼까' 생각해봤습니다.
1. 시장의 크기를 조금 더 고려했을 것 같다.
작은 시장에서도 물론 돈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벌려면 해당 분야를 내가 정말 재밌어하고 문제에 깊이 공감할 수 있어야 기존 플레이어들 사이에 침투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좁은 타겟을 대상으로 하는 대신에 유저들이 느끼는 문제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해결해 줘야 할테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프로젝트는 제게 적합한가 의문이 조금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시장의 크기가 워낙 커서 시장의 리더를 따라하면서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2. 기획은 벤치마킹하고 UI만 더 개선했을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구간들을 생각해보면 디자이너와 제가 기획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어서 논의가 길어지는 경우 또는 기획 자체가 복잡해서 구멍을 메꾸는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가볍게 가설 검증용 MVP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기획이라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서 제품의 UX 개선과 빠른 개발에 80%의 역량을 쏟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 잘 나가는 앱 중에서 제일 간단한 앱을 참고했을 것 같다.
제가 만들고 있는 앱 분야의 비슷한 상위권 앱을 보면 컨셉이 각각 다릅니다. 어떤 게 시장에서 먹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뇌피셜로 이게 통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일 빠르고 간단하게 쫓아갈 수 있는 앱을 벤치마킹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디자인과 개발에 힘을 덜 줬을 것 같다 등 다양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코드 등으로는 핵심 가치를 전달 할 수 없고 개발을 제대로 해야만 하는 서비스는 전략적으로 쳐다보지 않는 게 답일까요?
그리고 개발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 빠르게 움직이는 노하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