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며 내 감정은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했다.
첫째로 이런 꿈에서만 그리던 창업 환경 즉, A. 최신 문화/기술 트렌드 최앞단의 정신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자세 그리고 그들의 문화, B. 현시대 가장 효율적인 창업의 표본을 만들며 IT시장의 청사진을 만들고 있는 날고 기는 창업가와 이들을 믿어주는 투자자, C. 창업/투자 원칙, 방법론과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들 - 이러한 무한한 리소스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의 흥분과 감격, 감사가 있었고,
둘째는 이에 반면, 이런 그들과 제대로된 소통할수 없었다는 점에서의 나에 대한 답답함, 수치심, 불안감 같은 것이 있었다.
1️⃣ 이들은 눈치보지 않는다.
실리콘벨리 창업가들, YC 파운더들은 자신이 곧 최신 IT동향의 최앞단이라는 점, 따라서 자신들의 고민이 인류가 IT에 가진 최앞단의 고민이라는 점을 인지하지도 않으며, 알더라도 개의치 않는듯 해보였다.
이게 어느정도 사실인게, 실리콘벨리에 와보니, 우리가 한국에서 애플로부터 일방적으로 발표받는 macOS의 있어보이는 매우 특이한 이름들, 즉 Sonoma, Capitan, Yosemite, Sierra, 등 그 당시엔 멋지고 유니크한 이름들이 사실, 애플 본사가 위치한 실리콘벨리 인근 장소명들을 그대로 따왔다는 점을 알고나서부터, 내가 애플을 향해 갖고 있던 막연한 거품이 없어지는 시점이 있었다.
여기에 살아보니, '정작 그토록 브랜드에 집착하는듯한 애플도 작명엔 그리 많은 고민을, 또는 나를 놀래킬 만한 기발한 네이밍 방식을 채택하며 고민하는 조직은 아니다’라는 관점이 생기게 되었고, 애플 브랜딩의 영감의 원천도 사실은, ‘around us 에서 만들어지는 지극한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서서히 바뀌게 된다.
비단, 우리가 실리콘벨리에서 영어라는 공통언어로 소통한다고는 하지만, macOS의 네이밍만 우리에게, 청담, 성수 라는 단어처럼 친근하게 들리지 않는게 아닐것이다. 여기에서 통용되는 단어, 문화들이 내게 지극히 평범한 현실로 와닿는데 까지는 수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2️⃣ 사업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똑같이 성장한다.
앞서 언급한 실리콘벨리를 대하는 내 감정이, A. 주최하기 어려운 기쁨과 흥분 또는 B. 이런 큰 기대치와 내 자아를 일치시키지 못하는데에서 오는 답답함 그리고 수치심, 두려움 - 이렇게 양극으로 표출되는 지점에서 내 창업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환경속 나는 어떻게 이 환경에 내 자아를 일원화 시켜야 하는지, 즉 모든 것이 너무 이질적으로 좋게만 느껴지는 실리콘벨리에서 내가 어떻게 실존하는 현실 속 문제를 포착해야 하는지가 마치 처음 운동(창업)을 하는 사람처럼 잘 되지 않았다.
똑같이 YC에게 인정받아 스타트업을 빌딩하고 있는 주변 배치 파운더들은 아무렇지 않게 프로그램에서 가르친 프레임워크들을 그대로 적용하여 서비스를 런칭했고, 고객을 인터뷰했고, 기계적으로 영업해댔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했다.
지나고 보니, 스타트업 프레임워크들을 있는 그대로, 꾸준히 적용하는 팀들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내가 YC에서 목격한 성공의 과정은 사실 한국에서의 성공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미국 시장은 더 공평하고 순진했고, 투명했다) 그저 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주최인 나 자신의 관점과 현실감각이 조정되며 창업의 모멘텀이 생기게 되었다고 보는편이 더 정확한듯 하다.
3️⃣ 미국에 일단 가보라고 얘기하는 이유.
창업은 보이는 만큼 가는 것인데, 애초에 내가 어디까지(Global Maxima)를 볼수있는지를 모른다면, 나아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Local Maxima)를 모른다면, 따라서 내가 뭘 모르는지(How to talk to users)도 모른다면, 내가 미인지하고 있는 부분들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따라서 내 미인지에서 나올 방법도,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알 방법도 그리 많지 않게 된다.
풀어서 얘기하면, 파운더 본인이 실리콘벨리에서 얼마나 빨리 또는 크게 성공할지는 거기에 도착한 본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에 따라 상당 부분 달렸다. 현지인들이 느끼는 여기 문화와 산재된 문제들에 대한 감도와 내가 느끼는 감도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우리 산업내 특정 개인의 문제를 공감하는데에, 즉 그 괴리를 줄이는데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사실 아직은 애플의 신규 macOS 이름들이 있어보인다.
결론.
그럼에도 글을 읽는 당신이 기회가 된다면 실리콘밸리에 선뜻 가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무작정 얘기할 정도로, 난 미국이 아직 외국창업가들에게 또한, 특히 비엘리트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한국보다 어떤 영역에서는 더 공평하고 투명한 시장이고 플랫폼이라고 믿는다.
3가지 이유를 꼽자면,
1) 많은 서비스 분야에서 CAC(고객 획득 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하다. 많게는 4-5배. 즉 광고/콜드 아웃바운드의 효율이 좋다. 그만큼 신규 서비스들을 잘 믿어주고 실험해본다.
2) 겉보기, 즉 학력, 출신, 브랜딩, 광고 표지 등보다는 내실, 즉 파운더의 성품, 진정성, 솔루션의 기능 등을 더 중요시 한다. 따라서 파운더 본인에게 내실이 있다면, 특히 K-premium이 있는 분야라면 도전해볼만 하다.
3) 노력한 만큼 보상해줘야 하는 곳이다. 다양한 시스템과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의 Melting pot이자 그들에 의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동안 목숨걸고 지켜 온 이들의 시장원리와 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미국은 앞으로도 본인이 생존할 수 없다고 믿어야 하는 곳이다. 실리콘밸리는 특히 미국내 이런 법률과 시장원리가 재구성되고 실험되어지는 곳 중 하나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꼭 지켜져야 하는 protocal이 더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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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9년 Tech Crunch.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지난 5년간 몸소 깨달은 실리콘밸리 핵심 가치 3가지 - https://lnkd.in/gbpbxZj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