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상치 않은 투자자들의 번아웃
사실 투자자들도 메말라간다. 먼발치에서 돈뭉치를 뿌려대고, 골프치러 다닌다고 생각되는 투자자 대부분도 사실 내면을 살펴보면 자못 심각하다. 나는 매번 팔로알토에 갈때마다 이렇게 날씨 좋고, 사람 좋아보이는 Bay Area VC들의 번아웃이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듣고 목격한다. 심지어 여기 VC Burnout 토픽에 올라온 글들과 뜨거운 반응들을 살펴보라 -(https://www.linkedin.com/news/story/vcs-are-burning-out-5617964/).
글을 보면, 비단 실리콘밸리 할 것 없이, 다른 지역 VC 파트너들도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몇몇은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A. 와츠앱(서양권의 카톡) 사용을 금하고 슬랙만 사용할것을 권장하며, B. 휴가를 의무화했을 뿐더러, 심지어 C. 8월 전체는 재택근무와 12월 3주간 사무실을 닫고, D. 모든 네트워킹 이벤트들도 업무로 카운트한다. 나아가, E. 아무 일정 없는 캘린더를 팀원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보호해 준다고 하니 한국 투자자들의 카톡처럼, 이들도 창업자들과 똑같이 365일, 추석, 휴일과 주말에도 늘 울려대는건 매한가지인듯.
https://sifted.eu/articles/vcs-tired-burnt-out-mental-health 이 기사에 따르면 많은 유럽권 VC들도 정신건강을 호소하는 중인데, 정신적인 이슈에 대해 꺼내는 것 자체가 펀드를 조성하거나 딜을 소싱하는데에 병목이 될 수 있어 실명을 거론하지 못 할 정도란다. 심지어 요즘처럼 가속화된 시장의 slowdown으로 인해 많은 VC들이 스타트업들로부터는 A. 구조조정과 B. 자금운용, C. 다음 투자라운드 등과 매우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해줘야 하는 동시에 LP들 앞에서는 본인들의 펀드의 결성여부와 낮아지는 수익률을 보고하며 불안해하는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상황이다. “The economic climate for VCs at the moment is an existential one.”
2️⃣ 투자자들의 특권주의
특권이란 ‘주류에 속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권리’를 뜻하는데, 통상적으로 VC들에게 있어 특권은 A. 조성할수 있는, 투자할수 있는 펀드의 크기, B. 활용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 C. 브랜드/평판과 E. 접근할 수 있는 시장 정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러한 특권은 자본시장이라면 나아가 사회라면 어디든 의례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마련인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투자자들간에 서로 출신이나, 배경, 또는 참여하는 모임, 또는 소속된 하우스 등을 토대로 서로 알게 모르게 구분짓는 특권주의 문화를 부추겨 투자자들의 고립된 번아웃을 가속시킨다는 점이다.
나는 VC라는 업이 본인이 소속한 하우스의 AUM, 최근 EXIT한 펀드의 퍼포먼스(IRR, DPI),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상황들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자본시장내 공인임과 동시에 좋은 기업과 딜들을 수면 아래에서 빠르게 확보해야 하기에 더 민감하고 복잡한 상황이며, 조성될수 밖에 없는 부작용임을 인지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나와 세대가 비슷한 2030 VC들의 경우, 3G, WIFI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하며 태동된 ’09-‘14년 황금 빈티지의 펀드를 조성한 선배세대들 만큼의 수익률과 Exit을 커리어 기간 동안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지금하고 있는 업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들, 처한 상황의 특수성까지 자주 고민하게 되는 것을 봐왔다. 이렇게 투자자들의 내면과 Day-to-Day, 처한 상황들을 살펴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투자자들 역시 창업가 못지 않게 간절하며, 불안해하고, 공허하고, 매우 경직되고 고립된 상태를 오래 견디고 있는 상황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나는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투자자들의 번아웃도 쌓여가는 지금과 같이 위급해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우리와 다른 stage의 하우스들, 다른 성격의 자산운용사들과 금융인들, 심지어 동 분야와 같은 단계의 기업에 투자하는 경쟁선상에 놓인 VC, AC들끼리와의 포용, 상생과 전략적인 협력이 중요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처음엔 좋은 의도로 시작되어 본의 아니게 고착화된 투자자들간의 Exclusivity, 특권주의 성향의 모임들 역시, 이제 앞으로 다가올 시장 변수들에 대비해 다른 관점으로 섬세하게 재정립/해석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는 우리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다.
‘우리 하우스의 AUM이 얼마라서’, ‘최근 우리가 투자한 딜이 뭐라서’, ‘우리 출신이 어디라서’, ‘내가 속한 모임이 어떤 곳이라서’ 등 나의 특권의식을 나도 모르게 동료 투자자들에게 지렛대 삼거나, 누군가를 고립시키는 크고 작은 선택들이 내려지는 순간들에 우리가 속한 자본시장의 미래가 영향받을 수 있음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Part 2로 이어지는 다음 글 - https://lnkd.in/gP7w-ViM )
_______
· 사진은 이번 여름 초, 친구들과의 동해여행.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삶의 허무함을 빨리 깨달아야 하는 이유 - https://lnkd.in/gF6GCQ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