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 1인 기업을 인터뷰하며 느낀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세상을 더 성장시키는 무기 연구소, 초인 마케팅랩의 윤진호 대표님입니다. 윤진호 대표님은 CJ, 디즈니, GFFG를 거치며 마케터로서 무기를 성장시켜왔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각 조직별로 일하는 방식, 프리워커로 독립한 과정, 작은 조직의 마케팅까지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윤진호 대표님의 이야기,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초인마케팅랩 소개
일의 기술을 넘어 '일의 의미'를, 마케팅 스킬을 넘어 '마케터의 성장'을,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의 무기'를 만듭니다.
CJ, 디즈니, GFFG를 가족에 비유하자면
Q. CJ, 디즈니, GFFG 거쳐왔던 회사들마다 잘한다는 기준이 다를 거 같아요. 어떠셨어요?
각각의 조직을 비교를 하자면 가족으로 비유를 들면 이해하기 편하더라고요. CJ ENM는 CJ그룹 안에 4천 명의 임직원이 있는 조직이잖아요. 제가 있었던 CJ ENM도 대기업 계열사잖아요. 큰 대가족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대가족인 만큼 사람이 많죠. 그래서 일을 좀 쪼개서 할 수 있죠. 누구는 화장실 청소에 누구는 마당을 쓸어 누구는 부엌을 맡고. 쪼개져 있는 일을 잘하면은 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안에서 아이들이 많다 보니까 엄마, 아빠의 이쁨을 받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죠.
이와 다르게 디즈니는 작은 핵가족이었어요. 아이가 한 명, 두 명인 거죠. 이 아이가 마당도 쓸고 부엌도 청소하고 창고도 정리하면서 다양한 걸 해야 하죠. 정신은 없지만 한편으로 경쟁이 덜하죠. 아이가 8명 있는 집이랑 한두 명 있는 집이랑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은 다르잖아요.
GFFG는? 스타트업을 추구하다 보니까 이사를 매일 다니는 그런 가족 같은 느낌이었어요.
Q. 디즈니가 일하기 가장 안정감이 있었을 거 같아요.
‘이 사업체가 없어질 일은 없겠구나’라는 걸 안정감으로 쳤을 때 디즈니는 제일 묵직했죠. 100년 된 회사가 지금 갑자기 없어질 일은 없을 거잖아요. 디즈니 IP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거니까 그런 면에서 안정감은 있었어요. 반대로 GFFG에서는 먹고 마시는 F&B 산업이잖아요. 스타트업의 기질을 갖고 있다보니 폭풍 성장할 수도 있고 확 꺾일 수도 있고요. 그런 변동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차이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저도 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했지만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제일 많았던 회사는 GFFG였던 것 같아요. 저녁 11시, 12시까지 일했죠. 디렉터를 했지만 실무형 디렉터이기 때문에 업무를 내려주고 보고받고 평가하고 이런 역할만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직접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고 뛰면서 다른 것도 챙기는 역할이었어요.
Q. 집필하신 [마케터의 무기]를 읽으면서 첫 직장이었던 CJ에서 어떤 걸 느끼셨는지가 궁금했어요. 좋은 기획안이 있더라고 대기업 특성상 설득하는 과정이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CJ ENM 안에서도 tvN에 있었어요. tvN 조직문화가 좋았던 것 같아요. 기존에 있는 공중파는 선후배 서열 등이 명확해요. 작은 방송사 같은 경우는 체계는 없고 사람이 많은 경우가 많고요. tvN에서 일해보니 CJ 안에서도 좋은 인력과 구조, 문화를 가지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다른 방송사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면 그다음 마케팅이 따라오는 구조였다면 tvN에서는 마케터에게도 중간 기획 과정에 참여하거나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하거나 의견을 주는 등 협업 과정이 잘 됐었어요.
Q. tvN의 조직문화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제도적으로 깔린 장치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사람 때문이죠. 인력 구조 자체가 섞여 있었어요. 공중파에서 오신 조직장, 공채 신입사원, 경력직까지 섞여서 마치 미국 같은 나라 같았어요. 수많은 이민자,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미국만의 고유 문화가 만들어진 것처럼 다양한 배경의 팀원들이 섞여서 좋은 문화가 형성됐어요. 좋은 결과가 계속 터지며 몇 년간 쭉 성장할 수 있었던 건 tvN 문화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디즈니라는 시스템안에서 일하는 방식
Q. tvN에서 디즈니로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tvN에서는 제가 프로젝트의 핵심 콘텐츠를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만들어진 콘텐츠를 가지고 ‘방송을 보게 한다’는 구조 안에서 마케터로서 영역이 한계가 있었어요. 프로젝트를 1, 2, 3을 해도 비슷한 일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디즈니에서는 캐릭터 IP 마케팅를 하게 되었는데, 프로젝트가 열려 있었어요. 디즈니 IP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좋아하게 하는 일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바뀐 거죠. 전에는 ‘1, 2, 3, 4중에 뭐 할래?’였다면 지금은 ‘주관식인데 뭐 할래?’ 인 거죠. 그게 저한테 맞았던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는 ‘패션을 중심으로 어느 브랜드랑 풀어낸다, 이번에는 리테일 공간과 대규모로 협업한다.’ 이런 식으로 매번 컨셉을 바꿔갔죠. 진행과정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디지털, 인플루언서 등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 오너십도 저에게 있었고요. 저한테는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죠.
Q.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나요?
킥오프부터 4, 5개의 에이전시와 내부 팀을 다 아우르는 프로젝트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이죠. 그래서 마케터라기보다는 PM (Project Manager)에 더 맞았던 거 같아요.
Q. 리더로서 당연히 부담감이 있잖아요. 예산, 기간이 소요되는데, 거기에 맞춰 KPI가 다 잡혀 있을 텐데 그런 부담감이나 책임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나요?
저 같은 경우는 하루아침에 프로젝트 리더를 맡을 기회가 왔었어요. 제 위에 두 분이 계셨거든요. 부장님과 차장님과 함께 세 명이서 함께 일하는 구조였는데 두 분이 나가시게 되었어요. 이사님 밑에서 3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됐죠. 그때 맡은 프로젝트가 겨울왕국2 였어요.
전사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였어요. 이 프로젝트 하나에 몇 년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려면 사람이 필요하죠. 그런데 디즈니에서는 하루아침에 사람을 뽑는 게 어려운 조직이거든요. 핏이 맞은 사람을 찾고 조직문화에 적응하려면 오래 걸려요. 자연스럽게 제가 하루아침에 PM이 되었어요. 제가 원한 게 아니라 무조건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Q. 어떻게 초인님만의 방식으로 프로젝트 성과를 만드셨나요?
다행히 이전에 차장님, 부장님과 일하는 구조에서 디지털 영역을 많이 강화했어요. 디지털을 무기로 계속해왔었죠. SNS 혹은 인플루언서 콜라보 이런 쪽이 제 전문 영역이었었어요. 그러다 프로젝트 총괄까지 하면서 외부 업체나 브랜드 딜까지 맡은 거죠.
프로젝트를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부딪히면서 했어요. 결국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몇 달 시간 동안 예전보다 두 배로 일하면서 한 세네 달 정도 지내다 보니까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어요.
Q. 하나의 통일된 콘셉으로 계속 유지하는 게 디즈니에는 중요한데 그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한 건가요?
그렇죠. 컨트롤 타워 역할은 마케터가 해요. 예를 들면 이번에 마블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이번 콘셉트의 뭐고, 어떤 메시지를 전할 거고 파트너사는 누구랑 갑니다’를 정하는 거죠. 이제 그 컨셉을 가지고 세일즈 담당자분들은 핏이 맞는 패션 브랜드랑 협상해서 제품화하는 역할 하는 거고요. 비주얼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팀에서는 컨셉에 맞는 비주얼과 패키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프로젝트 안에서 커뮤니케이션 총괄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빨리 가야지 vs 빨리 갈 필요는 없어
Q. (디즈니에선)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구조였나요? 상사분의 의사결정에 따라가는 구조였나요?
그 사업부의 헤드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시죠. 그리고 디즈니는 기본적으로 빠른 것을 추구하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지금 이걸 해서 1을 얻고 안 얻고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본질적으로 100년간 이어온 자산 가치를 잃느냐, 안 잃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거기에 위배되면 안 된 거죠. 가이드가 진짜 단단해요. 담당자도 그렇고 외부 제품 파트너사도 그렇고 모두가 가이드라인과의 싸움을 해요. 가이드라인 안에서 풀어가는 과정이 구조적으로 오래 걸려요.
Q. 실무자 입장에서는 빨리빨리 해주길 원하잖아요. 일이 빨리 되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었을까요?
두 가지 역할을 했어요. 이게 상충하는 건데 파트너사나 마케팅 파트너사가 하는 일에 가이드를 잡아주는 역할, 그러니까 감시자의 역할을 하게 되죠. 반대로 제가 하는 프로젝트를 저 역시도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하죠. 누군가에게 컨펌을 받고, 누군가에게 컨펌을 해줘야 하는 두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었어요.
디즈니 구조를 알면 처음부터 설계를 잘해야 해요. 기간도 이 구조에 맞게 짜고 파트너사에 안내도 명확하게 하고요. 그 구조를 잘 짜는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Q. 반대로 GFFG는 완전히 달랐을 것 같아요.
여기서는 사람이 핵심이죠. 전에는 시스템적으로 어느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포지션이 있다는 게 중요한거지, 어떤 사람이냐는 중요한 게 아닌 거예요. 이를테면 싱가포르에 있는 누구에게 이걸 컨펌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그 누군가는 바뀔 수도 있는 거죠. 디즈니는 그렇게 시스템 안에서 일을 했다면 GFFG는 구조와 시스템보다는 기준이 사람이죠. 장단이 있어요. 속도는 빠르지만 때론 일관성이 달라질 수 있죠.
Q. 구조와 시스템을 경험하면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제일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 그거였어요. 주요 의사결정자 중에 한 명으로 왔고, 더 나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왔기 때문에 시스템화, 구조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물론 하면서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구조적으로 디즈니는 IP라는 걸 만들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영화든 게임이든 뭐가 됐든 IP로부터 오랜 시간 이익을 만드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퀄리티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죠. GFFG는 달랐어요. 사업구조 자체가 먹는 거잖아요. 그날의 매출, 그날의 손님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거예요.
기업 구조와 기업 문화라는 것은 오늘, 내일이 아니라 짧게는 반년 뒤 길게는 1년 뒤, 10년 뒤를 보고 하는 거잖아요. 그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죠.
Q.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기존에 일을 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선 기존에 일을 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어려워요. 저는 외부인이다 보니까 더 좋은 방향성으로 바꾸면서 가려고 하죠. 그런데 그것이 기존에 일했던 사람들과 기존에 일했던 방식에서 봤을 때는 낯선 거죠. 기준이 ‘이걸 하면 뭐가 더 좋아지나요’가 아니라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었는데요’로 되는 순간에 접근법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때 느낀 것이 있어요. 새로운 시스템에 새로운 사람이 탔을 때는 잘 나아 갈 수 있는데 ‘새로운 시스템에 기존 사람이 탔을 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구나’였어요.
Q. 디즈니에서는 반대로 외부자인 에이전시와 성과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브랜드사에 따라 성과를 위해 갑질 아닌 갑질을 하기도 하고요. 대표님은 외부 에이전시와의 협업에 있어,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성격이 완전히 다르죠. 내부적인 팀원과는 소통이 중요했다면 외부적인 에이전시하고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했어요.
먼저 아웃풋 전에 인풋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 같아요. 저도 독립해서 인하우스에 있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 한가지가 있어요. 기업 내부, 인하우스에서 업무를 의뢰하는 그 인풋이 완성도가 낮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뭘 원하는지, 언제까지, 얼마의 예산으로 할 것인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한번 제안해 주세요.’ 이런 경우가 많아요. 인풋이 비어있는 거죠.
‘디즈니에서 좋은 평가,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것은 명확하게 오더를 준다’는 거였어요. 인풋을 줄 때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를 가지고, 왜(목적, 목표)에 대한 것만 명확하게 주면 아웃풋이 훨씬 더 올라갈 수가 있거든요. 거기서 아웃풋이 부족하면 다른 파트너를 찾아가면 되는 거고 좋으면 같이 가면 되고 부족하면 끌어올리면 되는 건데 나의 인풋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Q. 에이전시와 브랜드사는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 보니 목표치 설정을 할 때 괴리감이 있잖아요. 에이전시와 어떻게 하면 윈윈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을 수 있을까요?
같이 찾아가야죠. 세일즈팀 목표는 매출 같은 수치로 명확했지만, 마케팅적으로 목표가 열려 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를 뭐로 할 것인지부터 만들어야 했어요. ‘적당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잡고 달성했어요’라고 끝낼 수 있는데 그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어떤 걸 목표로 할까요? 디지털 도달일까요, 아니면 팝업 방문객일까요?’를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했어요. 결국 프로젝트를 실제로 실행하는 분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목표 설정을 이렇게 잡았어요. 적당히 해서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꿈도 아니라 진짜 열심히 해서 간신히 닿을까 말까 하는 정도의 느낌을 구간으로 정해서 가는 거죠. 대략 80%에서 100% 사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도로요.
그리고 다들 일이 바쁘니까 인풋은 생략하곤 하는데 저는 항상 맥락을 시작할 때 많이 이야기했어요. 이게 왜 시작이 됐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미에 대해서요. 이런 맥락 설명에 따라서 시작점이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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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네버슬립]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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