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회사를 운영하기 전까지는 영업을 천시하는 경우가 있다. 한 여름에 밖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고객 만나고 왔더니 냄새난다고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전날 고객사와 4차까지 가서 옷도 전날과 같은 옷 입고 와서(사실은 속옷도), 오자마자 술냄새 풍긴다고 하고, 또 졸리기도 해서 눈치가 보여서 화장실에 2시간 동안 자다가(=사실은 거의 기절해서) 걸려서 쪼인트 까인 적도 있다.
중국 출장 갔더니 고객사놈들은 미팅은 하는 둥 마는 둥이고, 까오리빵즈(=한국인 하대하는 말)들 술실력을 알아보겠다고 11시부터 2시까지 멕인다. 그리고 오후 미팅은 술이 덜 깬 상태로 가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고 눈 뜨니 다시 술 집이다. 우리는 지사원까지 3명인데, 지들 인해전술로 10명 데려와서 또 바이주 50도짜리를 멕인다. 역시 까오리빵즈 술 잘 마신다고 하면서 원샷을 강요한다. 원샷하고 눈 뜨니 갑자기 우리 3명이서 한국인 술집에서 소주를 까고 있었다. 다시 눈 뜨니 이번에는 맥주집이었다. 다시 눈 뜨니 내가 나무를 짚고 토하고 있었다. 다시 눈 뜨니 침대였다. 다시 눈 뜨니 귀국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역시 중국 출장은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난다.
영업은 어떻게 보면 참 지저분하고 가장 더러운 일들만 도맡아서 하는 거 같다. 고객 미팅에 가서 우리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비즈니스 웃음과 함께 설명을 한다. 고객은 하나도 관심이 없다. 듣는 둥 마는 둥. 그렇지만 이번 달 매출을 올려야 한다. 고객의 눈치가 보이지만 내 자존심을 높이면 영업이 실패하고 매출이 줄어든다. 고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 있는 아부 없는 아부를 떨어가면서 무관심속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고객과의 접점을 찾아서 고객이 신나하는 것을 보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동안 여기 저기서 들어왔던 이야기를 덧붙여 미팅을 끝낸다.
고객이 무리한 부탁을 한다. 말도 안된다. 그렇다고 딱 잘라서 안 들어 줄 수도 없다. 회사 담당자에게 일단 얘기는 해본다. 쓸데없고 말도 안되는 억지 부리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매출로 연결될 수 있기에 커피와 밥과 술을 먹여가면서 이야기를 풀어 본다. 결국 다는 아니지만 일부를 들어준다고 한다. 고객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이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럼 안 될 줄로 예상했던 고객도 놀라면서 계약을 해준다. 외부의 영업도 중요하지만, 내부영업도 중요하다. 내부에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바깥 영업이 굴러가지 않는다.
항상 고객은 돈이 없다. CI(Cost Innovation = 비용 혁신)이라고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 깎아달라는 이야기다. 견적을 할 때 버퍼를 좀 넣어놨는데 이 중 일부를 깎아준다. CI는 한 번에 안 끝는다. 도대체 몇 차까지 CI가 있는 것인가? 그래도 결국 우리가 마진이 좀 남는 수준에서라도 계약을 해 주면 양반이다. 진짜 사기꾼 같은 놈들한테 걸리면 끝이다.
우리는 항상 사기의 최전선에 있다. 비즈니스 세상에는 포장만 잘 된 사기꾼들이 득실득실하다. 영업은 이 들을 잘 발라내야(?) 한다. 무턱대고 모든 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 꽃뱀같은 놈들한테 한 건이라도 걸리면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이 피곤해 진다. 나름 열심히 해서 매출 올리려고 했다가 괜히 회사 전체의 적이 되기 쉽상이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우리 회사의 인력은 20명이다. 무슨 말이냐고? 내가 2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지 20명의 급여와 비용을 주고 회사가 운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내 등에는 우리 회사 직원 20명이 항상 엎혀 있다는 것이다. 집에 가면 아내와 우리 귀여운 자식들이 내 등에 있지만, 회사에 출근하면 매출을 일으키지 않는 운영팀, 지원팀, 재무팀, 법무팀 등의 인력들이 내 등 뒤에 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영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내가 그 X 같은 상황을 다 견디는 이유이다. 내 성장을 원해서 영업하는 것보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하고, 내 동료들이 마음껏 걱정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셨다가 회사를 창업하신 대표님들께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이 있다. 영업이 이렇게까지 중요한지 회사 다닐 때까지는 몰랐다. 그냥 제품과 서비스만 좋으면 영업은 그냥 자동으로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 때는 영업담당자들을 무시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 직접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제품과 서비스보다 영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아무리 제품과 서비스가 좋아도 영업을 못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영업을 못 하면 그냥 못 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영업을 못 하면, 회사가 망한다.
우리가 이런 X 같은 상황속에서도 영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우리 가족과
우리 동료들을
그리고 우리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다.
영업의 기본과 뿌리 깊은 이야기를 강의합니다. 현재 영업스쿨 6기를 모집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