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에 새로운 대인관계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티'를 통한 관계입니다. 과거에는 학연, 지연에 의한 관계가 주를 이뤘다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취향이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관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학연이나 지연 위주의 모임 대신 느슨한 인간관계에 대한 선호가 2019년 67.5%에서 2022년 71%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깊은 사연이 있는 관계를 힘들어하고, 편안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여기서 느슨한 인간관계란, 개인의 선택에 의해 맺어진 일시적이면서 익명*의 사회적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익명: 나의 이름, 신분을 강제로 밝히게 되는 사내 동호회와 달리 그러한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의 익명 관계

연구진들은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취향 공동체)가 공감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연결로써, 피상적인 대인관계와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표면적인 인간관계보다 자발적이면서, 대체로 익명이므로 참여자 간 엄격하게 지켜야 할 위계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로 인한 부담이나 책임감이 적은 편이며, 참여 기간도 짧게는 1개월도 가능하죠. 하지만 일정 기간 특정한 사람과 교류하면서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소속감을 제공받으며,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특징들을 토대로 살펴보면,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원하는 사람들은 수직 및 피상적인 관계에 지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과 의지가 약해진 요즘 사람들”
느슨한 인간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가 증가했다는 점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과 의지가 약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친구 A와 싸워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내가 A 때문에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 그냥 A랑 연락 안 할래.'처럼 사람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으로는 쉽게 연을 끊는 것이죠.
그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가볍게 형성하면서 나를 존중해 주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교류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되어 커뮤니티가 주목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커뮤니티를 선호하는 우리의 모습이 이해되면서도 사람들이 책임지는 관계를 꺼린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한 지점입니다.
Baumeister & Leary(1995)에 따르면, 사람은 많은 수의 관계보다 소수와의 깊은 관계를 선호합니다. 영국의 인류학자 Dunbar(1993)는 Dunbar's number라는 개념을 주장했죠. 이는 사람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평균 150명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Dunbar's number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사이에 정점(약 250명)을 찍고, 30대에 150명으로 수렴하여 30년 간 유지되다 60대 후반~70대 초반에 점점 감소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아무리 많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관계는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충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추가적인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지 않으며, 오프라인에서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은 온라인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지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죠.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Dunbar's number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Dunbar의 관점에서 SNS를 통한 연결은 약한 유대관계이기 때문에 이 수는 아직도 유효하다는 입장이 주를 이룹니다.
"커뮤니티에서 공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공간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장소감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소감(sense of place)이란, 개인이 특정 장소에 대해 정서적 및 감정적 유대감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장소에 대한 구성원들의 정서적 유대나 소속감 같은 장소 애착을 일으키죠. 장소에 대한 애착은 자아정체성 형성과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모든 것들은 복잡한 물리적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거든요.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들도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네,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없어, 특정한 영역성(territoriality)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어서 공간적 차원은 개인들이 관계를 맺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의해 오프라인 공간처럼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죠.
또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형성한 관계를 오프라인으로 가져오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밥을 먹거나, 게임 ost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러 가는 것처럼 말이죠.
온라인에서의 삶은 오프라인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Baym, 2000),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행동 양식은 오프라인에서의 행동 양식을 온라인에서도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한 커뮤니티 애착을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 커뮤니티에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애착을 갖게 될까요?
우선, 아래 2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낮은 소속감은 미래의 우울 증상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이다(Dutcher, J. M. et al., 2022).
2) 이직이 보편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
요즘 사람들이 기대하는 커뮤니티 요소에는 소속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포함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레바리, 문토 같은 커뮤니티는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적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잘 반영한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활동 영역이 오프라인 번개 모임 등의 형태로 적극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번개 모임은 가상공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물리적 장소감을 경험하게 해주죠. 한 연구에 따르면, 번개모임 같은 오프라인 의사소통 경험이 있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애착을 경험했으며 소속감도 높게 지각되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 증가는 안정적인 대인관계 유지 및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정리하자면, 유저가 우리 커뮤니티에 애착을 갖게끔 유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소속감을 주는 것입니다. 이때 이야기하는 소속감은 단순히 A 커뮤니티에 가입했다고 생기는 단기적인 느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 커뮤니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그들이 강한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오프라인 모임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글이 커뮤니티 운영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되길 바라며 마칩니다😊!
[참고 문헌]
구선아, 장원호.(2020). 느슨한 사회적 연결을 원하는 취향공동체 증가 현상에 관한 연구. 인문콘텐츠, (57), 65-89.
김난도, 전미영 외 8명 (2020). 트렌드코리아 2021. 미래의 창.
엘리자베스 A. 시걸 (2019). 사회적 공감. 생각이음.
잡코리아 (2020.11.13). 성인남녀 87.1% ‘인맥 다이어트 필요해’. 잡코리아. https://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8399&schCtgr=
채성숙. (2022.09.29). [트렌드모니터]”단순”하고 “최소한의”관계가 좋다. 매드타임스. https://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14706
Baumeister, R. F., & Leary, M. R. (1995). The need to belong: Desire for interpersonal attachments as a fundamental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Bulletin, 117 (3), 497-529. https://doi.org/10.1037/0033-2909.117.3.497
Baym, N. K. (2000). Tune in, log on: Soaps, fandom, and online community (Vol. 3). Sage.
Dutcher, J. M., Lederman, J., Jain, M., Price, S., Kumar, A., Villalba, D. K., Tumminia, M. J., Doryab, A., Creswell, K. G., Riskin, E., Sefdigar, Y., Seo, W., Mankoff, J., Cohen, S., Dey, A., & Creswell, J. D. (2022). Lack of Belonging Predicts Depressive Symptomatology in College Students. Psychological Science , 33(7), 1048-1067. https://doi.org/10.1177/09567976211073135
Over, H., Eggleston, A., Bell, J., & Dunham, Y. (2018). Young children seek out biased information about social groups. Developmental Science, 21(3), e12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