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먼저 저희 첫번째 서비스인 서울디자인소사이어티 이야기를 잠깐 드리겠습니다. 앱 회원수는 2541명, 인스타 팔로워 수는 2950명입니다. 비율은 미대생 40%, 직장인 30%, 프리랜서 15%, 고등학생/비전공자가 10% 이고요. (5%는 무소속)
서울디자인페스티발 후 회원분들이 남겨주신 포스트잇
가장 반응이 좋은 게시물은 5536개의 저장, 1490개의 좋아요, 326개의 공유를 받았네요. (광고비 5만원 사용) 서울디자인페스티발에 참여해서 주목할 만한 부스로 선정되고, 3일 동안 500명이 넘는 분들이 가입해주시기도 했습니다만…
(결론만 말씀드리면) 저희는 피봇하기로 했습니다.
미대생과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집단 지성 네트워크 →
다음 경력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를 위한 커리어 빌더 서비스.
바뀐 가설로 다음주부터 유료 웨비나를 시작합니다. 이건 다음에 더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거 같아요.
#2
그리고 저희는 1달 만에 새로운 서비스인 서울디자인프로젝트를 런칭했습니다. 모든 서비스 플로우는 Tally + 노션 + 구글독으로 만들었고 원페이지 사이트만 내부에서 1주일 만에 제작해서 런칭했어요.
그리고 MVP 운영하는 1달 동안 총 5000만원의 거래액, 1000만원 매출을 만들었습니다만…
디자인 2일 + 퍼블리싱 2일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가설을 한 번 더 뾰족하게 깎아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의 컨셉은 최상의 외주 디자인 경험을 원하는 기업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였습니다. (B2B)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탑티어 디자인 에이전시 DB와 디자인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탑티어 PM 인력이 저희 에셋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업이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에이전시를 찾고 디자인 피드백을 주고 받는 모든 과정을 저희가 컨시어지해드리는 서비스를 생각했습니다. 에이전시 입장에선 저희가 세일즈를 해드리는 셈이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전문성 있는 아트디렉터와 PM을 갖는 셈이니 분명 벨류는 있을꺼라고 생각했죠.
저희 디자인 에이전시 풀은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 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있었습니다. 단순 프리랜서가 아니라 프로젝트 급 외주가 필요한 기업들에게 문의가 왔으니까요. 사용하신 기업 담당자분들의 만족도도 높았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들을 실제로 진행해보니 (처맞기 전의) 저희 예상과 다른게 있었는데:
- 우리 DB에 있는 탑티어 디자인 에이전시분들은 영업이 크게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보내드린 RFP에 참여 의사를 밝히신 에이전시들은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가서 여쭈어봤죠.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나오더군요. “일 없어서 니들 오퍼 받은게 아니다. 재밌는 프로젝트 같아서 참여한거다.”
- (큰 기업의) B2B 세일즈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B2B 영업은 B2C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에서는 실제 사용자와 의사결정권자가 다른 경우가 많다는게 문제였고요. 반면에 예상보다 큰 예산을 가지고 바로 계약이 이어지신 분들은 다 SMB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단지 일반적인 초기 스타트업과의 차이라면 지금 매출이 나오고 있거나 아니더라도 디자인에 투자할 버젯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3
그러다가 저번주에 저희한테 또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Tally 폼을 살펴봤는데 놀랐어요. 결제 방식에서 “현금 + 수익쉐어/라이엔싱”를 고르셨거든요.
Tally를 하루 만에 커스텀 해서 만든 RFP 메이커
이 옵션은 저희가 기획할 때 혹시나 해서 넣었던 옵션입니다. 제가 에이전시를 운영할 때 Red Antler란 에이전시에서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초기 브랜딩과 디자인을 해주고 지분이나 RS를 받아서 크게 성공한 예시가 있었거든요.
레드앤틀러의 클라이언트는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
그래서 저도 에이전시를 할 때 이 오퍼를 지속적으로 대기업에게 해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죠. 그러다가 마침내 한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브랜딩/UX 프로젝트에서) 절반은 현금, 절반은 스톡옵션 지불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습니다.
(3번째로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이 회사는 이후에도 저희와 3년 동안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지분을 매각해서 의미 있는 수익을 얻었고요. 이후 다른 에이전시 대표님에게 산업 디자인에선 제조사와 현금 + 라이센싱 계약을 맺는 사례가 있다는걸 듣고 저 옵션을 혹시나 넣어봤던 거였습니다.
근데 이 의뢰를 받고 앞에 1,2번 교훈을 떠올리니 든 생각이:
- 탑티어 디자이너가 매출을 위해 젤 필요한 건 (큰 기업이 아니라) SMB/스타트업 일수도?
이전 글에도 썼지만 좋은 디자인이 매출이나 서비스 성공에 큰 영향을 주는 사업군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좋은 디자인이란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게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제품의 핵심까지 함께 고민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의미하는데 이런 인력이 젤 부족한 건 대기업이 아닐지도?
- 좋은 디자이너일수록 가치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에 목 말라 있는데 스타트업이 그런 조직일지도?
그리고 에이전시를 오래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꺼병이라는게 있거든요. (이제 남에꺼 그만하고 내꺼 해야되는데) 저희가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탑티어 디자이너분들에게 일방적 의뢰가 아니라 장기적인 협업으로 만들어 드릴 수 있다면?
Gas 파운더 Nikita는 유저가 왜 이걸 써야하는지를 이해하고 명확하게 프로토타이핑 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엄청난 돈을 아껴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이 둘이 지금까지 못 만난 이유는 뭐지? 이 답은 생각보다 쉬었어요:
- 첫째는 당연히 돈 입니다.
이 문제는 앞에 말씀드린 새로운 계약 옵션으로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둘째는 PDF(Problem-Designer-Fit)입니다.
스타트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가 흥미롭고 가치있어야 탑티어 디자이너분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했던 일이 기업의 문제를 잘 듣고 디자이너의 언어로 통역해서 PDF가 가장 잘 맞는 파트너를 연결해드리는거였으니 이것도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4
저 클라이언트 분과 오늘 첫미팅이 있었거든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가능성이 있을 거 같아요. 저희 DB에서 이 프로젝트를 좋아하실 대표님 몇 분이 바로 떠오르기도 했고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저희가 발로 뛰면서 고객분들을 만나고 다녔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특히 1번 인사이트를 주신 대표님은 심지어 클라이언트가 최종적으로 다른 에이전시를 선택해서 계약이 불발된 곳이었어요. 그래도 저희가 직접 찾아뵙고 결과를 전달 드리면서 저희가 앞으로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냐고 물어보는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였습니다. 만약 그냥 이메일로 불합격 통보를 드렸다면 결코 듣지 못했을 피드백이었죠.
#5
이게 빌딩 인 퍼블릭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사람으로써 이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실까 해서 공유합니다. 저희도 아직 정답은 모르지만, 가끔 나 말고도 이런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를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데 영감을 주신 리캐치 팀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저번주에 열린 B2B 세일즈 세미나에서 나눠주신 경험이 저한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도 제 경험을 나눠봐도 되겠다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창업팀분들 화이팅입니다.
올해는 다 같이 사고 한 번 쳐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