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다른 생명체와 달리 문명을 가질수 있게 된 것은 ‘문자’를 발명하고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문명의 발상지에는 문자가 있었다. 문자로 정보와 지식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문화가 효과적으로 계승된 것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비단, 문명과 역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비범하게 만들어주는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메모’를 말하고 싶다. 내가 정의하는 메모란 ‘머리 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을 문자와 이미지로 붙잡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상상, 감정을 순간순간 메모해두는 것은 가장 솔직하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일상이 된 요즘의 교실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필기가 중요했다. 수업 내용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 필수였다. 필기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개념화 하고, 체계화 했다. 수업 시간 노트 필기 외에도 수시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며 고민 많은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을 다스리곤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메모하는 습관이 이어졌다. 때로는 사랑에 대해, 때로는 미래에 대해.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크고 작은 노트를 항상 휴대하며 업무 내용을 기록했다. 창업 후에는 사업 아이디어, 경영 계획 등 보다 다채로운 메모를 남기고 있다. 노트와 펜을 꺼내기 어려운 순간에는 스마트폰 메모 앱에 기록하기도 한다. 메모 앱과 노트는 각각의 장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노트에 펜으로 쓰는 메모를 추천한다. 배터리가 없어도,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도 불빛만 있으면 기록할 수 있으므로.
메모를 잘 하면 좋은 점이 많다. 메모를 잘 하는 기술에 대한 서적, 유튜브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메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한번쯤 시간 내어 학습해두면 평생 활용할 수 있다. 메모를 잘 하면 좋은 점 열 가지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복잡하고 추상적인 생각을 (펜으로)쓰는 과정에서 개념화, 구체화 할 수 있다.
2. 머리 속 복잡하게 얽힌 생각의 실타래도 막상 백지 위에 쓰기 시작하면 명료해질 때가 많다.
3. 메모를 잘 하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4. 가능한 많은 메모는 가능한 많은 나의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다.
5. 과거가 기록되어 있으므로 회고하기에 좋다.
6. 나의 과거를 회고하는 것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좋은 훈련이다.
7. 메모를 잘 하기 위한 기초 조건이 없다. 누구나 하면 할수록 잘 할 수 있다.
8. 현재의 ‘말도 안되는 메모’가 어쩌면 미래의 ‘혁신적인 생각’으로 나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9. 메모는 손 끝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고 이는 뇌를 건강하게 한다.
10. 감정의 상태를 메모하는 것만으로도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다.
어떤 내용을 메모하면 좋을까?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으로 손 가는대로 쓰면 된다. 일상의 기록,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 기억해야 할 정보, 감정의 상태, 기획의 초고, 개인적인 회고, 미래의 계획, 되고 싶은 나의 모습, 업무 미팅 기록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때, 또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앞두고 있을 때 그 상황에 대해 메모해보는 것은 직장인에게 특히 유용하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거래처와의 문제, 담당하던 업무가 난관에 부딪힐 때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좌절감을 경험하곤 한다. 이 때 감정적인 상태를 통제하지 못한채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버리고 나중에 후회할 때가 많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에서 인정 받으며 롱런하고 싶다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단순히 참고 인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때 그때 날것의 감정을 동료에게 드러내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감정이 요동칠 때 메모를 해보길 권한다. 자신의 감정이 왜 이 상태에 이르렀는지 객관적으로 기록해보는 것이다. 날 것의 감정을 마음속에 쌓아두지 않고, 표출하되 그 대상을 ‘노트’로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하면 기록하는 과정에서 평정심을 찾을수 있다. 희노애락 이면에 있는 문제의 본질로 초점을 옮기고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그동안 세 번의 창업을 하며 직원들에게 화를 내본 일이 거의 없다. 화가 나는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메모로 감정을 분출하고 다시 차분히 이성을 되찾곤 했다.
메모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잘 쓰려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저 재밌는 낙서를 하듯 편하게 남기면 된다. 일러스트, 포토샵을 몰라도 쉽게 이미지를 그릴 수도 있고, 복잡한 개념을 나만의 방식으로 도식화하거나 구조를 짤 수 있다. 업무 보고, 사업 계획의 기승전결을 빠르게 스케치 할 수 있다. 노트와 펜이면 충분하다. 업무 공간, 주거 공간 등 나의 일상을 보내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메모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춰두고 수시로 쓰다보면 자신만의 메모 루틴을 만들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메모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삶을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도구이다. 감히 말하건대 누구나 메모를 통해 비범한 인생으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