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 PLANET의 커뮤니티 플라이휠 굴리기
본격적으로 퓨처플레이의 PO Sprint 과정이 시작됐다. 먼저, 개인 과제는 1-Pager 개념을 스스로 학습한 후 기업이 고민하고 있는 과제를 푸는 형식이다. 나는 콘텐츠 기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EO PLANET을 선택했다.
EO는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창업가와 예비창업가가 소셜캐피탈 관점에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큰 문제의식으로 바라보고 웹 기반 커뮤니티를 1년 넘게 키워오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존재했다. 창업가분들의 글 발행률에 대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바쁘시고 회사를 대표하시다 보니 막상 글쓰기가 부담스러우신 것이다.
커뮤니티 플라이휠이라는 구조 안에서 일어난 이 현상의 핵심적인 문제 정의와 가설 그리고 아이디어까지 내는 것이 개인 과제와 팀 과제였다.
커뮤니티의 본질은 우월감 아닐까?
커뮤니티의 현상을 중심으로 아티클, 책, 케이스 스터디, 강의 자료 등 다양한 2차 자료를 훑어봤다. 나는 현업에서 기획을 할 때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찾기 위해 2가지를 가장 신경 써서 접근한다.
1. 10일 안에 초기 가설을 세운다.
핵심적인 문제 현상이 주어지면 10일 안에 빠르고 깊게 몰입해서 초기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가설을 동료와 고객사 담당자와 나누다보면 초기 가설이 틀렸어도 더 좋은 선택지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혼자서 끙끙 앓다 보면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방향을 잃는 경우가 많다.
2. 정보의 질을 올리는 정보원을 찾는다.
정답이 없는 기획 업무 특성상 좋은 질문을 던져야 좋은 답이 나온다.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정보원을 찾는다. 책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질 좋은 정보를 통해 질문을 다듬고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찾으려고 애쓴다.
눈에 안 보이는 커뮤니티의 본질은 무엇일까? 개인 과제 1-Pager에서 꼭 답하고 싶은 질문이기에 빠르고 깊게 몰입했다. 한 가지 브릿지는 이 질문 안에 있는 본질을 날카롭게 정의하면 크리에이티브한 답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본질이란 정의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찾아냈다.
본질이란, 보편성(응용할 수 있는 것)+불변성(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단순성(심플한 것)이다. 그렇다면 커뮤니티의 본질은 보편성, 불변성, 단순성을 모두 내포하는 어떤 키워드일 것이다.
시간의 축을 늘려서 질문을 바꿔서 생각해봤다. 원시시대나 오늘날이나 적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핵심은 무엇일까? 인류학책에서 힌트를 찾았다. 바로, 우월감이다.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추장들은 포틀래치(선물을 나누는 행사)라는 기념행사에서 자신의 경제적 영향력을 보란 듯이 과시했다. 이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계산된 투자 행위였다. 추장은 몇년이나 걸려 모은 좋은 음식이나 물건을 남에게 주거나 심지어 파괴함으로써 “자기가 모은 만큼이 아니라 자기가 베푼 만큼” 부자로 인정받고 사람들을 감명시키게 된다. ㅡ 마크 모펫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ㅡ
왜 커뮤니티의 본질이 우월감일까?
다시 위로 올라가 우월감이라는 어프로치를 천천히 짚어봤다. EO PLANET의 우월감 요소는 존재하는가? 타 커뮤니티는 우월감을 어떻게 주고 있을까? 그 커뮤니티 구성원은 우월감을 진짜로 느낄까?
1. 당근마켓
당근마켓의 매너온도를 예시로 들 수 있다. 매너온도는 추장들이 포틀래치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과 결이 비슷하다. 매너온도는 내가 이렇게 매너있고 신뢰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타 유저와 숫자로 비교해준다.
2. 클럽하우스 초대권
클럽하우스는 초창기 얼리어답터들에게 초대권을 주며 특권 의식을 부여했다. 초대권은 당근마켓에서 거래될 정도로 클럽하우스의 훌륭한 트리거 요소였다.

3. 현금 vs 인정
마할로닷컴은 쿼라와 똑같이 질문에 대답하면 보상을 주는 구조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현금성 보상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현금이 아니라 인정, 우월감, 소셜화폐를 지급한 쿼라가 승리했다.
- 출처 : https://bit.ly/3Tdm6hE / https://bit.ly/3MoJLcu
"문제에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 정의를 크리에이터분들이 글을 쓰도록 우월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없다고 내렸다. 글쓰기 허들을 뛰어넘기 위해 우월감 요소가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대권 기능 추가로 다른 창업가까지 영입해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는 구조로 1-Pager를 작성했다.
드디어 멘토님 피드백 시간. 개인 과제 1-Pager에서 큰 그림의 이슈 트리안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방향성을 설명해 드리며 왜 커뮤니티 플라이휠 중에서 소비가 아니라 생산 플라이휠을 선택했고, 왜 생산 플라이휠을 굴리기 위해 우월감으로 문제 정의했는지 그리고 초대권 기능이 왜 크리에이터분들에게 워킹 가능할지 설명해 드렸다.
멘토님께서는 다 좋은데 문제에서 바로 기능으로 넘어가지 말라고 피드백 주셨다. 흥미로운 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EO 과제를 선택한 팀원들 모두 개인 과제를 기능 추가 관점에서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문제에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에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에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에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에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지 마세요."
일주일간 멘토님 목소리가 회사에서 환청으로 귓가에 울렸다. 내 첫사랑도 이 정도 데시벨은 아니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들으면 이 프레임에 사로잡혀 코끼리만 생각나는 것처럼 "문제에서 기능은 생각하지 마"라는 프레임에서 계속 헤매었다.
"개발 비용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비용입니다."
PM/PO 직무 전환을 준비하며 현직 PO분이 운영하는 트레바리 클럽에 참여했다. 트레바리 클럽장님과 대화에서 문제에서 왜 기능으로 바로 넘어가면 안 되는지 깨달았다. 바로, 자원 때문이다.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은 PM/PO뿐만 아니라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수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기능 추가는 무엇보다 사려 깊게 의사 결정해야 한다.
내가 지난 3년간 다닌 디지털 에이전시에서도 물론 자원 관리를 했다. 다만, 광고주가 할당하는 범위안에서 효율적으로 자원 관리를 하는 차원이었다. PM/PO 직무 관점에서 자원 관리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정답이 없는 영역에서 스스로 책임지고 자원의 한계를 설정하며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즉, 내가 직무를 전환한다면 엄청난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역시, 누구나 계획은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이제 왜 문제에서 바로 가능으로 넘어가면 안 되는지 정말로 알았다. 근데 기능으로 안 넘어가고 이번 팀 과제를 어떻게 끝마칠 수 있을까. PO Sprint 2기 회고 3편에서는 어떻게 팀원들과 "문제에서 기능은 생각하지 마"라는 프레임을 벗어났는지 회고해보겠다.